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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일해도 자본가 배불린다…이제는 ‘로봇세’ 고려할 때
AI가 일해도 자본가 배불린다…이제는 ‘로봇세’ 고려할 때
  • 이광형
  • 승인 2024.01.1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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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와 기술 격차

최근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미래의 기원』(인플루엔셜 | 540쪽)을 펴냈다. 1장 「세상의 시작」부터 11장 「인류에 대한 도전과 희망」을 담았다. 그중 3부 「인류의 미래」를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 이 총장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전문가이자 미래학자이다. 오랜 시간 미래를 연구한 그가 말하는 가장 효과적인 미래 예측법은 빅히스토리 탐구다. 특히 그는 역사 속에 일어난 환경(도구)과 인간(사상)의 상호작용에 주목한다. 그리고 자연과 시대의 환경을 이해하고 지혜롭게 적응한 자만이 역사의 주인공이 된다고 주장한다.
정리=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인류의 기원을 통해 미래를 그리고 있다. 사진=카이스트

인간의 역사를 긴 안목에서 살펴보면 기술이 환경 변화로 작용해 사상을 변화시킨 사례도 많지만, 그 반대로 사상이 기술 발명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사회가 변화한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사상과 도구는 상호작용하며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즉 인체와 정신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줄기세포 기술, 유전자 편집 기술, 인공지능 기술이 대표적이다. 

줄기세포는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220여 가지의 세포, 즉 혈액세포, 근육세포, 뼈세포, 연골세포, 신경세포 등을 만든다. 미분화 상태의 줄기세포는 특정 조건에 따라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해 재생 기능이 고장 난 척수, 심장, 뇌 등을 치료할 수 있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적으로 질병을 일으키거나 약한 부분을 제거해 더 건강한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이다. 

AI와 인간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AI가 자아의식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다. 자아의식의 두 요소인 개체 보존 본능과 종족 보존의 본능이 일부 AI에서 부분적으로 나마 드러나고 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더 발달하고 상용화된다면 가상현실, 증강현실 기술에도 적용되어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놓을지 모른다. 전신마비 환자나 시각장애인에게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는 희망을 줄 수도 있다. 

몸은 기계지만 그 안의 데이터는 사람의 뇌와 같은 사이보그 신인류의 출현이 거론되고 있다. AI에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유사 자아가 생긴다면, 그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해야 할까? 어떠한 권리도 부여하지 않고 그들의 참정권을 억압한다면, 과거와 같은 혁명이 일어날지 모른다. 

현대사회의 노동은 인간과 기계의 협업 노동으로 전이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일조차 AI가 대신하고 있다. 인간이 노동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간 존재에 관한 회의감이다. AI를 두려워하기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해 역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신기술이 가져올 다양한 미래 중 무엇보다 우리가 대비해야 할 가장 큰 미래 변화는 신인류의 출현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로 자연인의 한계를 뛰어넘은 신체를 가진 생체증강인, 바이오닉스 기술을 통해 뇌가 컴퓨터나 로봇 등에 연결된 AI 증강인 그리고 AI에게 자아가 생겨 인간과 같은 격을 가지게 된 기계인이 등장할 수 있다. 

21세기의 특징 중 하나는 격차의 심화다. 각 개인의 경제적 격차가 심화되면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야기된다. 기술 발달로 인한 격차 심화는 국가 간에서도 문제가 된다. 

로봇세는 현대 자본주의의 격차 심화를 완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국가는 노동으로 근로소득을 얻은 사람들에게 세금을 걷으며, 이는 사회 전체의 복지에 부분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일하는 사람이 로봇으로 대체될 경우, 로봇이 올린 부가가치는 자본가가 전부 취한다. 자본가에게 부가 집중되는 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로봇세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노동을 하는 로봇의 소유주가 세금을 부담하는 제도로, 전 세계적으로 고려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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