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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향해 질문하고 탐색하는 모험가를 키운다
세상 향해 질문하고 탐색하는 모험가를 키운다
  • 오현숙
  • 승인 2024.01.11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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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의 새로운 교육혁신 ‘질문중심학습’(QBL)
오현숙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부교수

정작 학생은 심연을 파고드는 치열한 문답을 통한 
탐구와 사유의 과정이 결여된, 
외부에서 주어진 문제를 풀고 답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진해 온 것은 아닐까? 

한양대는 지난 5년간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문제해결력을 갖춘 인재양성을 위해 IC-PBL(Industry-Coupled Problem/Project Based Learning)이라는 교육모델을 개발하고, 확산하며 ‘교실에서 사회로’(Class to Society)를 구현했다. IC-PBL은 일방향적이고 교실 안에서 이뤄지던 기존 고등교육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이제는 한양대만의 IC-PBL이 아닌 국내, 그리고 글로벌 사회가 함께하는 혁신적인 교육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한양대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다가올 미래를 위한 새로운 교육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2024년은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대전환기라 할 수 있다. 챗지피티로 대표되는 거대 인공지능과 고정관념을 깬 다양한 형태의 교육기관이 등장하고, 학령인구 급감 등의 녹록지 않은 상황과 학생의 참여와 성공이 강조되는 패러다임 전환이 맞물려 있다. 또한 대학은 그동안 공고히 유지해 온 경계를 허무는, 체제의 파격적 변화에 대한 강력한 요구에 직면했다. 

고등교육의 대전환기, 한양대는 다양한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경계를 허무는 교육에 대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체제 전환을 수행 중이다. 그리고 교육의 수월성을 확보하고 교육적 성과를 창출하는데 필요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혁신 모델을 고안했다. 한양대가 제시하는 고등교육의 새로운 표준은 ‘질문중심학습’(Question Based Learning, QBL)이다.

지난해 11월, 한양인의 질문 성장판을 두드리기 위해 개최된 ‘애스크톤(Askthon)’ 행사가 열렸다. 정답을 찾는 학습을 넘어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빅 퀘스천’을 세상에 던질 수 있는 한양인을 찾는 질문경시대회다. 사진=한양대

학생의 낯선 생각을 촉진하는 학습모델 

QBL은 학습활동의 효과를 높이고 학습과정에서 생성된 학습자의 문제의식을 체계적으로 키워내고 촉진하기 위해 학습자 스스로 일정한 형식의 질문을 만들거나 문제를 제기하며 낯선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학습모델이다. 

QBL의 지향점을 학생·수업·학교 차원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학생 차원에서 QBL은 한 학기 동안 익히고 배운 것을 토대로 학기 말에 도출한 마지막 질문을 열쇠 삼아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진입하는 낯선 관문을 열어가는 것을 지향한다. 

수업 차원에서는 마지막 시간에 완성되는 수업이 아닌, 한 학기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을 생성하고 공유하며 또 다른 수업의 시작과 연결되는 것을 지향한다. 

학교 차원에서 QBL은 이미 정해진 답을 찾는 모범생이 아닌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탐색하는 모험가로서의 성장을 지향한다. 이 같은 QBL의 지향점은 테크놀로지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변화를 따르기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거대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혁신 모델로서의 가치를 표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QBL은 IC-PBL 고도화에 필요한 날개
 
QBL은 한양대, 나아가 대한민국 고등교육 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QBL은 한양대가 만든 IC-PBL의 고도화에 필요한 날개가 되어 줄 것이다. 오랜 시간 학생은 외부로부터 주어진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한 교육을 받아 왔다. 그 답은 학생이 교수자에게 전달받은 그대로여야 했고, 학생은 이 질문에 누가 더 빨리, 그대로 답할 수 있는지를 평가받아 왔다. 

이후 IC-PBL 수업이 확산되면서 학생이 하는 답의 양상이 달라졌다. 학생은 자신에게 제시된 질문,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주도적인 문제해결과정을 거쳤고, 실제 사회 즉 지역사회·기업· 기관의 질문에 보다 역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응답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IC-PBL 역시 학생에게 제시되는 질문 또는 문제보다는 결국 그 질문에 대해 학생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궁극적인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QBL은 IC-PBL이 학습과정과 결과 측면에서 보다 고도화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대 목표, 달성과 성과, 격차와 분석, 교훈과 시사점이라는 QBL 학습의 흐름은 QBL과 IC-PBL이라는 두 혁신 모델의 만남이 시너지를 낼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IC-PBL이 QBL과 연결되면서 온전한 나의 학습 여정과 성찰을 통해 나만의 가치있는 질문 생성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QBL은 IC-PBL과 상호보완의 관계를 형성하며 한층 고도화된 혁신 동력을 제공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둘째 QBL은 질문 그 자체의 가치를 교육과 연결할 수 있는 교육현장의 혁신을 실천적으로 추동할 수 있다. 교육의 본질은 정답 맞추기가 아니라 치열한 문답에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정작 학생은 심연을 파고드는 치열한 문답을 통한 탐구와 사유의 과정이 결여된, 외부에서 주어진 문제를 풀고 답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진해 온 것은 아닐까?

QBL은 학생들의 생각하는 힘을 일깨우고 잠자고 있는 질문 DNA를 활성화할 수 있다. QBL 학습경험을 통해 학생은 의식의 범위를 확장하고 더 넓은 시야와 관점, 고차원적인 사고를 이끌어내며 학업성취를 이뤄갈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QBL은 교수자와 학생 간 소통을 촉진하며 교수자가 하고 싶은 강의가 아니라 학생이 배우기를 원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강의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학생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해 교수자가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생과 교수자가 주고받는 질문은 이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진정한 학습생태계 조성을 위한 구심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QBL은 실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과정을 더 가치있게 만들고, 보다 정교화된 혁신적인 결과물 도출을 촉진할 수 있다. 또 학생이 원하는 것을 배우는 교육, 교수자를 새로운 세계와 연결하는 교육, 사회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도출해 선도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혁신을 가능케 할 것이다. 질문의 가치와 중요성에 방점을 찍은 QBL 중심의 교육혁신은 교육에서 사랑의 실천을 구현하는 가장 한양다운 혁신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애스크톤 행사에서 이기정 한양대 총장이 축사를 하는 모습이다. 사진=한양대

질문 성장판을 두드리는 ‘빅 퀘스천’ 

한양대는 QBL 중심의 교육혁신을 대학 구성원의 마인드셋을 갖추는 일부터 시작하고 있다. QBL 중심의 교육혁신은 교육현장을 구성하는 교수자와 학생, 그리고 대학 구성원이 학습에서 질문의 중요성과 가치를 되새기고 공감하며, 필요성에 대해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인드셋을 갖추었을 때 지속가능하고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QBL의 전면 추진에 앞서 한양대는 학생과 교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QBL 런칭 행사를 개최했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한양인의 질문 성장판을 두드리기 위해 개최된 ‘애스크톤(Askthon)’ 행사가 바로 그 중 하나다. 애스크톤은 Ask와 Hackathon의 합성어로 정답을 찾는 학습을 넘어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빅 퀘스천’을 세상에 던질 수 있는 한양인을 찾는 질문경시대회다.

이 행사에는 163팀, 213명이 참가했고 2단계의 예선전을 거쳐 최종 6개 팀이 본선에 진출해 경합을 벌였다. 첫 대회 최우수상 수상팀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가치 있는 노동은 무엇인가?’를 제시한 ‘물어보기 팀’이 선정돼 장학금 500만 원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학생 대상 런칭 행사의 성공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해 12월에는 교수자와 국내 대학교육 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QBL 런칭 행사인 ‘2023년 한양대학교 교육혁신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미래사회를 선도하는 고등교육 혁신을 위한 ‘빅 퀘스천’을 탐색하고 혁신의 방향 설정과 추진 전략을 모색하는 지식 창출의 장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컨퍼런스에는 400여명의 교내외 고등교육 관계자가 함께 자리해 한양대가 추진하는 ‘질문 중심’ 교육혁신의 청사진을 공유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는 세상에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2024년을 기점으로 한양대는 IC-PBL과 더불어 QBL이라는 혁신의 양날개를 달고 또 다른 도약을 시작한다. 
늘 그랬듯이 교육혁신 영역의 퍼스트 펭귄이 되어 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질문’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고 새로운 뉴노멀을 만드는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현숙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IC-PBL교수학습센터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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