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7:25 (토)
일제강점기 치안유지법의 현장
일제강점기 치안유지법의 현장
  • 김재호
  • 승인 2024.01.03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기노 후지오 지음 | 윤소영 옮김 | 576쪽 | 역사공간

일제강점기 인권과 사상탄압의 최대 악법인 치안유지법은
어떻게 독립운동을 탄압하고 구속하고 지배했을까

2022년에 오기노 후지오 교수의 평생의 연구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치안유지법의 역사 시리즈 중 한국과 관련된 『朝鮮の治安維持法ー運用の歴史』를 『일제강점기 치안유지법 운용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한 데에 이어, 이번에 그 두 번째 저술인 『朝鮮の治安維持法の現場』을 『일제강점기 치안유지법의 현장』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여 출간하게 되었다. 

치안유지법 연구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는 오기노 교수의 일본근대사 연구에서의 문제의식은 일본천황제가 남긴 근대의 역사적 상흔을 해부하고 그 문제점을 밝히는 일이었다고 보인다. 그것이 사회주의사상 연구, 근대민중사 연구, 그리고 인권과 사상탄압의 최대 악법인 치안유지법 연구로 이어지며, 그 실상을 치밀하게 규명하는 것을 평생의 연구로 삼아온 것이다.

한국독립운동사와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당시 일본어로 양산된 판결문과 관련 기록에 대한 정확한 이해야말로 독립운동가의 사상과 운동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는 토대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독립운동사 연구는 개별 주제에서 판결문 등 일제 측 자료를 활용하고 있지만, 그 전체상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작업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한 법령이 치안유지법이었기에 오기노 교수의 저술은 바로 이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일제강점기 치안유지법의 세계는 그야말로 법의 체계 속에서 법률적 문구를 스테레오타입으로 적용하면서 독립운동과 사상의 자유를 어떻게 탄압하고 구속하고 지배하고자 했는지, 인간의 몸뿐 아니라 정신을 어떻게 지배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천황제 이데올로기의 틀 안에 가두고자 했는지, 그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도록 하는 통로이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일제강점 말기에 한층 강화된 치안유지법 운용방식이 해방 후 한국에 고스란히 이양되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걷어내도 여전히 남아 있는 식민지 잔재의 깊은 뿌리를 다시 한번 성찰하게 되는 것 같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