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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한국영화 스토리텔링
K-한국영화 스토리텔링
  • 김재호
  • 승인 2024.01.02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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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지음 | 소명출판 | 240쪽

영화형식에 대한 접근

이 책은 지금까지 영화 내러티브 분석에 매달려온 영화 연구와 달리 영화형식을 통해 영화 스토리텔링을 찾고자 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내러티브 이외에도 영화는 카메라의 움직임, 프레이밍, 대사, 조명, 음악, 음향 등 양식적인 측면에 기대고 있다. 카메라의 앵글과 워킹, 샷 기법과 샷의 결합 등은 영화의미를 만들어내는 필연적인 방식이다. 영화의 양식들은 영화의 내용이자 영화 형식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영화 스토리텔링 분석이 단순히 내러티브 분석에 그칠 수 없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이 책은 최근 글로벌 영화 현장에서 주목받는 한국영화 일곱 편의 영화형식을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영화 스토리텔링이 구축되는 과정을 살피고 있다.

공적 영역(집단체험) 안에서 개인적 주체의 새로운 미학성

한국영화 텍스트가 19세기 말 20세기 초 제국주의 시대 식민경험을 가지고 서구에 의한 급격한 근대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체험을 가진 제3세계 텍스트라 할 때 글로벌 문화의 주류에 편입되지 않으면서 그 경계적 특징으로서의 다양성과 문화적 지형을 제공한다. 제삼세계문화로서 국가적(민족적) 알레고리 국가(민족) 정체성으로서의 공적 영역에 대한 환기가 새로운 개인적 주체의 미학성으로 드러난다. 이를테면, 영화 〈기생충〉은 국가적 알레고리와 국가적 정체성을 서브텍스트로 이면에 깔면서 민족적 알레고리가 어떤 방식으로 글로벌 문화와 접점을 향유할 수 있는가를 실험하는 흥미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해준다. 학벌 중시 사회의 고액과외, 인맥을 중시하는 한국적 정서 뿐 아니라 독도를 둘러싼 한일관계,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무의식적 정치적 공포라는 한국적 정체성 뿐 아니라 박 사장 대저택의 정원과 글로벌한 상품이라는 글로벌리즘의 일상화를 환기해 볼 수 있다. 다국적 자본주의사회에서 국가(민족)적 알레고리로서 로컬리즘과 공적 영역으로서의 집단적 정체성은 세계화적 의미에서 새로운 대안적 미학으로서의 강렬한 전복적 힘을 가진다.

한국형 가족주의와 가족애가 갖는 잃어버린 공동체에 대한 환기

공동체적 연대감과 오래 전에 이별한 미국식 개인주의가 ‘마블류’ 영웅 액션물에서 문명의 피로감을 씻어 내리고 있다면 공동체 기억이 강한 한국식 문화관습은 가족 공동체라는 불가능하지만 잠재적 유토피아적 상상공동체를 버리지 않고 있다. 한국식 가족주의 구성은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체험에서부터 시작해 격동적인 한국의 근대사 기억 속에서 형성되어 왔다. 〈오징어게임〉에서 기훈은 엄마의 당뇨 말기 치료비 때문에 게임에 참여한다. 〈기생충〉에서 가치를 치거나 지하실에 숨어 살아도 가족만은 최후의 보루이다. 한국영화가 글로벌 문화현상으로 향유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이러한 아직 파괴되지 않은 공동체로서의 가족, 전근대적 가치와 믿음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 내면 심리를 시각화시키는 섬세한 묘사와 구도 기법과 디테일한 미장센

박찬욱 영화 〈아가씨〉에서 보여주는 시각적 스타일, 고전주의적 절도와 품위를 상기해볼 수 있다. 봉준호 〈기생충〉에서 보여주는 사선, 수직, 하강 구도는 인물의 상황과 내밀한 심리와 정서를 표현하는 극적 구성 요소가 된다. 정교하고 뛰어난 미장센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다. 등장인물과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중요한 형상물들이다.

K-한국영화는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 일시적 감정적 배설로서의 쾌락물을 넘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와 ‘감정’과 ‘정서’에서 역동하는 인간 내면을 탐구한다. K-한국영화는 로컬리즘의 체험을 글로벌리즘으로 진화시켜 나가는, 흥미로운 우세종이 되고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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