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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교육 모델’은 없다…우리 교육은 어디로
‘북유럽 교육 모델’은 없다…우리 교육은 어디로
  • 유성상
  • 승인 2024.01.04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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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가 말하다_『북유럽의 교사와 교직』 예스퍼 에크하트 라르센·바바라 슐테·프레드릭 튜 지음 | 유성상·김민조 옮김 | 살림터 | 440쪽

모델화·신화화 한 북유럽 교육 모델
동질성 갖는 교사의 지위·정책 부재

한국에서 북유럽의 교육을 대하는 방식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북유럽의 교육은 ‘행복교육’이고, ‘삶의 교육’이며, ‘잘 노는 교육’ 혹은 공적 가치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동체 교육’으로 이미지화돼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성적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잘 놀고 더불어 잘 배우는 생태적 배움터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배우겠다는 교육적 열망의 대상이었다. 

핀란드가 대표적인데 그 이외에도 스웨덴·덴마크 등에 대한 교육 참조가 많다. 그들 교육은 ‘행복’, 우리 교육은 ‘불행’, 그들 교육은 ‘놀이’, 우리 교육은 ‘공부’, 그들 교육은 ‘협력’, 우리 교육은 ‘개인’, 그들 교육은 ‘가치 중심’, 우리 교육은 ‘결과 중심’으로 대비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를 구체적인 자료로 보여주겠다며 통계자료와 함께 많은 교육 탐방을 통한 관찰일지 형식의 보고가 잇따랐다. 

역자는 겨우 스웨덴 정도 가본 것이 전부인지라 이런 비교의 내용과 방식·탐방을 통해 관찰한 사실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처지다. 사실 이들의 연구는 사실 전달에 나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 이들이 보여준다는 교육적 사실이 어떤 사실이냐는 것이고, 사실의 전달이 그 사회의 교육과 교육적 실천을 충분히 이해할 만큼 어느 정도의 전체성을 갖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특히 이 책은 북유럽 교육이 갖고 있는 특질을 다른 이들이 보고 따라할 만한 함의를 기술하는 방식의 연구가 아니라는 점이 두드러진다. 오히려 그 반대다. OECD에서 2000년 이후 3년마다 실시하고 있는 PISA 이후 북유럽이라 통칭되는 지역의 교육이 갖는 동질성에 대해 ‘북유럽 교육 모델’로 불리는 것이 실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담고 있다. 어쩌면 그런 이미지는 수많은 의도와 이해관계가 엮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 

즉, 북유럽을 구성하고 있는 서로 다른 국가들,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아이슬란드의 사회와 문화 그리고 그 속에서 실천되고 있는 교육은 제각각의 모양과 내용·형식을 가진 독자적인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독자적인 체제로서의 교육은 꽤 오랜 시간 서로 다른 사회문화적·정치경제적 판단이 이어져 온 역사사회적 과정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점, 그 속에서 주요하게 기능해 온 교사와 교직의 공통성보다 차이점이 두드러진다는 점, 인접한 국가들 사이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분명한 변화의 동인이 있음에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교직과 교사의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있다는 점으로 다시 설명된다. 

흥미롭게도 교사는 교육적 성취에 있어 북유럽 신화 속 주인공이 아니었다. 교사는 사회적인 존경을 받는 직업적 지위도, 그럴 만큼의 국가적 관심도, 제도적 장치에 따른 적절한 교육과 훈련도 얻지 못했다. 

동네 교회의 목사를 돕는 조력자가 했던 일이 학교 시스템 속 교사라는 ‘새 직종’에 옮겨지면서 교사는 지역사회의 온갖 잡다한 요구에 부응하는 직업인이 됐다. 심지어 학교가 위치한 동네의 농사일에서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야 했다. 충분한 급여를 받는 직업군에 속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이 지역 초기 교사들 중에 농촌 출신이 그토록 많았고, 이들을 교육하는 교사 훈련원은 대도시보다 농촌 지역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다. 

부모의 교직을 승계한 젊은이들이 많았던 초기 농촌 지역의 교사 구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 태생의 여성들이 주로 차지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국가 간에 교사가 누구이고 이들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며, 기존 사회의 엘리트와 견주어 어떻게 교육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유럽 지역의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아이슬란드는 교육적 성취가 높은 국가군으로 여전히 이들 국가의 교육에 대한 모델화·신화화가 진행 중이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들 국가의 교육과 이들의 교사·교직을 바라볼 것인가? 안타깝지만 이에 대한 답변을 하다 보면 위에서 제기한 것처럼 우리 교육에 대한 질문이 더 많아진다. 이 책이 한국 교육에 대한 성실한 설명을 어떻게 풀어낼지 독자들과 논의하기 위한 장으로 기능하기 바란다.

 

 

 

유성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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