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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와 전 지구적 경제위기
인지자본주의와 전 지구적 경제위기
  • 김재호
  • 승인 2023.12.28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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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네그리 외 10인 지음 | 두번째테제 | 308쪽

이탈리아 네오오페라이스모 이론가들의
현대 세계 자본주의 및 금융에 대한 분석과 커먼즈론!

2008년 이후 벌어진 전 지구 금융위기 및 금융자본주의의 폭력에 대한 분석과
공통의 힘들의 구체화를 통한 커먼즈론의 새로운 발전 및
자본의 폭력에 맞선 새로운 정치적 조건의 창출을 다양한 시각에서 다룬 선집

『인지자본주의와 전 지구적 경제위기: 금융시장, 사회적 투쟁 및 새로운 정치 시나리오』는 최근 별세한 안토니오 네그리를 비롯한 일군의 이론가들이 주창한 이탈리아 자율주의 운동에 기반하여, 그것을 혁신하며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네오오페라이스모 이론가들의 경제위기 분석과 커먼즈론을 모은 선집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 2009년 처음 출간된 이래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 내고 있으며, 이번에 정치철학 연구자 진성철의 번역으로 국내에 소개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자율주의로 알려진 이 흐름은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오페라이스모(노동자주의) 운동에서 기원하여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네오오페라이스모 혹은 포스트오페라이스모라고 불리는 이론적 흐름을 일궈 내고 있다. 이 책을 엮은 산드로 메자드라와 안드레아 푸마갈리를 비롯하여 크리스티안 마라치 등 공저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현대 자본주의 비판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간헐적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던 이들의 작업은 마르크스에 원천을 두면서도 현 자본주의의 근본적으로 변화된 성격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다른 비판적 마르크스주의와 구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저자들이 중심 논의 틀로 다루는 인지자본주의(혹은 생명자본주의)라는 주제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세계적으로 현대 자본주의의 성격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에서 핵심 논제 가운데 하나이다.

이런 이론적 입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저자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 따라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커먼즈론의 맥락에서 현대 자본주의 체제를 다각도로 분석 비판하고 있으며, 이들의 문제의식을 집약한 ‘금융위기에 관한 열 가지 테제’ 및 안토니오 네그리의 발문 “‘대위기’ 상황에서 지대에 관한 몇 가지 고찰”을 통해 네오오페라이스모 이론의 문제의식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 2005년 시작된 이론가 및 활동가들의 연속 세미나 우니노마데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현대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사회를 일궈 가려는 전략들도 같이 소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기반을 가진 이론가들의 여러 작업을 소개한다. 본문 각 장에서 저자들은 주로 2008년 경제위기 분석을 중심으로 인지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의 맥락 속에서 비판을 수행하며, 그런 점에서 이 책을 경제위기뿐 아니라 인지자본주의라는 흐름 자체에 대한 소개서로도 읽을 수 있다.

특히 자본주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서, 금융이 우위에 서게 된 현 상황에서 인간의 공통적 자원들인 지식과 삶에 대한 포섭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보여주고, 축적과정에서 ‘이윤의 지대화’가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정교한 분석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분석의 정교함과 폭넓음을 통해 이 책은 오늘날의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대단히 시의적절한 분석 틀이 된다. 저자들의 주장처럼 경제위기가 현 자본주의의 성격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이들의 분석은 책이 처음 출간되고 약간 시간이 흐른 오늘날 상황에도 유의미할 것이다.

변화된 자본주의와 관련하여 지식기반경제 등 주로 주류경제학적 분석만 존재했던 국내의 이론 상황에서 이 책의 분석은 대안사회적 관점에서 새로운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경제위기의 극복이라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저자들은 삶을 포획하는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한 커먼즈론을 통한 극복을 주장한다. 경제위기에 대한 주류경제학적 분석에 비해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이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 책은 국내 인지자본주의론에 대한 이해에 기여함과 동시에 현대 자본주의 성격에 관한 논쟁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삶의 위기와 자본주의 양자 모두의 극복을 고민하는 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 기술, 정보, 사회형태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교한 사회과학적, 정치적 분석을 통한 이러한 개입은 독자들에게 현대 자본주의 권력 형태를 해석하는 도구를 제공하며, 무엇보다도 이는 우리가 맞닥뜨린 위기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시나리오에 대해서 시급하게 고민할 거리를 제공해 준다. 이를 통해서 공동의 행동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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