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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론, 어떻게 전개되었나
지식인론, 어떻게 전개되었나
  • 김재환 기자
  • 승인 2001.08.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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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택 경상대 교수 '지식인론 연구' 논문서 제기

지식인들의 자기성찰은 어떻게 변해왔는가. 최근 발간된 '열린지성' 9호에 실린 '박정희 정권시대의 지식인론 연구'라는 논문에서 강수택 경상대 교수는 60년대 이후 지식인론의 전개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강 교수는 6, 70년대를 '비판적 지식인론'이 태동·심화된 시기이자, 근대화론을 무장한 기능적 지식인론의 태동기로 파악하고 있다. 4·19 직후인 60년대 초에 제기된 '참여지식인론'이 그 서막이었다. 김붕구 등에 의해 제기된 이런 논의는 군부세력의 민정 이양을 앞두고 건전한 비판정신을 요청하는 논의였다.

박정희 세력이 형식적으로, '민정이양'을 한 63년 이후 지식인론은 '비판적 지식인론'과 '근대화 인텔리겐치아론'으로 양분되었다. 전자가 지식인의 권력비판 기능을 강조했다면, 후자는 지식인이 앞장서서 근대화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특히 후자는 비판적 지식인들을 반대주의자로 비난하면서, 지식인의 정치참여를 정당화했다.

70년대 유신체제의 성립은 '비판적 지식인론'을 '민중적 지식인론'으로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강 교수는 이 과정에서 전시대의 근대화인텔리겐차론은 유신체제의 정당화로 귀결되면서 유효한 지식인론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밝히고 있다. '민중적 지식인론'은 70년대 후반 안병무 등의 민중론과 결합하면서 지식인이 엘리트 의식을 극복하고, 민중적 토대위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완상 등이 대표적 논자. 이와 함께 강력한 민족주의적 열정을 강조하는 '민족적 지식인론'도 이 시기에 제기된 지식인론으로 꼽을 수 있다.

민중적 지식인론은 80년대에도 지속되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진보적 지식인론'으로 수렴되었다. 70년대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기능적 지식인담론'도 7,80년대 내내 민중적 혹은 진보적 지식인론과 대척점에서 여전히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80년대 후반에는 반공주의적 지식인론, 반민중주의적 지식인론이 등장, 진보적 지식인론과 치열한 담론투쟁을 벌였다.

6, 70년대의 지식인론이 '국가권력'과의 관계속에서 지식인론을 구성했다면, 80년대는 민족국가와 계급, 90년대에는 '문화와 사회적 자본'이 지식인론을 구성하는 기반을 제공했다. 특히 비판적 지식인론을 비판하며 등장한 신지식인론은 가치창출을 위한 지식인론을 제기, '기능적 지식인론'의 90년대 버전을 이뤘다. 90년대 이후, 학벌·지역등의 연고주의, 미디어권력 등에 대한 비판이 중요하게 떠올랐다. 강준만, 정수복, 김영민 등이 제기한 논의는 '확장된 의미의 진보적 지식인론'으로 독립적, 자율적 지식인론으로 분류된다.

강수택 교수는 오늘날 요청되는 지식인의 상을 '시민적 지식인'으로 규정한다. 이는 "생활세계를 지키고 자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공적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지성으로써 참여하는 자"를 의미한다. 이 때 지식인은 △ 시민에 대한 신뢰회복 △ 세계에 대한 해석적 역할 △ 생활세계의 유지발전을 위한 비판 △ 공공영역의 활성화 등을 수행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강 교수의 지식인론은 다음달께 삼인출판사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김재환 기자 weibli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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