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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당일기
조성당일기
  • 김재호
  • 승인 2023.12.13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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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훈 외 5인 지음 | 은행나무 | 324쪽

17세기, 관직활동 후 낙향한 조성당 김택룡의 생활일기를
역사학, 한문학, 사회학, 인문정보학 등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하고
그 활동과 문화상을 생생히 재구성하다

오랜 시간 민간에서 소장해온 일기와 편지 등의 사료를 발굴, 번역해온 한국국학진흥원 연구사업팀이 한 해 동안 연구한 결과를 단행본으로 묶어 출간하는 ‘국학자료 심층연구 총서’ 제23권 『조성당일기』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역사학, 한문학, 사회학, 인문정보학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이 조성당 김택룡이 남긴 생활일기를 분석해 17세기 영남 사족의 생활상을 다방면으로 연구한 결과물이다.

『조성당일기』는 조성당 김택룡이 말년에 쓴 생활일기로, 1612년, 1616년, 1617년의 일상을 기록한 세 권이 전해지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퇴계 이황의 제자로 잘 알려진 월천 조목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학문을 연마했고 평생 퇴계의 문인으로 활동했다. 경상도 예안 한곡 지방에 거주하며 마흔둘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문과에 급제했고 이후 약 20년간 대부분 선조 집권 후반기에 내외관직을 두루 역임했는데 정작 아주 높은 지위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덕분에 도리어 당파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말년까지 순탄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일기 속에는 당시 김택룡이 나눈 교유 관계, 경상도 예안의 크고 작은 사건들 그리고 주된 소득원인 농작물 경영에 관한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무엇보다도 김택룡은 자신이 누구를 만났으며, 무엇을 했고,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또한 첩과 서자, 서녀, 나아가 노비의 이름과 그들의 구체적인 행위 등 아주 시시콜콜한 일까지 성실하게 기록했다. 비록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걸친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조선 시대 향촌 사회 속 양반의 모습을 밀도 높은 일일日日의 나열을 통해 엿볼 수 있다는 데 『조성당일기』의 가치와 차별점이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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