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6:05 (토)
사랑과 사람, 그리고 이야기
사랑과 사람, 그리고 이야기
  • 김재호
  • 승인 2023.12.12 1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준형 지음 | 보고사 | 304쪽

사랑과 사람, 그리고 이야기

조선 후기 사람들, 그 아름답고도 아픈 사랑 이야기

조선 후기 야담집에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지닌 인물 군상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 중세 봉건 이념에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그와 정반대로 중세 가치를 완전히 파괴하는 인물도 존재한다. 이런 점이 야담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일상에서 살아 숨 쉬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야담에는 상반된 가치를 담은 작품들이 수록될 수 있었다. 눈물과 웃음, 삶과 죽음, 고통과 즐거움, 상승과 하강, 사랑과 이별 등 다채로운 삶의 모습을 그린 개별 작품을 보여주고, 독자는 그 작품을 읽으면서 스스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하도록 했던 셈이다. 결코 작가가 답을 정하지 않는다. 작가는 여러 모습의 인물을 보여주면서 스스로 어떠한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독자는 그 작품을 읽으면서 자신의 가치에 맞는 인물을 좇는 열려진 사유의 공간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중에서 여성이 주동적으로 등장하는 야담 열 편을 담았다. 열 편은 모두 지독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우리나라 대표 야담이다. 여기에 담은 여성 인물들도 조선 후기를 살았던 수많은 인물 군상들 중의 하나이고, 여기에 등장하는 사랑도 당시를 살았던 수많은 사랑 방식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들의 사랑을 훔쳐보면서 이야기에서 나를 찾고, 내 삶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야담이 재미있는 이유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