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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뤼미나시옹
일뤼미나시옹
  • 김재호
  • 승인 2023.12.05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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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튀르 랭보 지음 | 페르낭 레제 그림 | 신옥근 옮김 | 168쪽 | 문예출판사

랭보 탄생 170주년 기념! 저주받은 천재 시인의 마지막 시집!

바람 구두를 신은 사내 랭보 × 입체주의 회화의 거장 페르낭 레제 
예술의 경계를 넘은 경이롭고 감각적인 아트 컬래버

“랭보는 문학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_헨리 밀러
“야생의 신비주의자” _폴 클로델
“몽상가……악동……천재” _《뉴요커》
“랭보의 환상적인 산문시는 19세기 프랑스 문학의 영광이다.” _《뉴욕타임스》

저주받은 시인, 천재, 방랑벽, 바람 구두를 신은 사내, 사회 관습에 도전한 반항아, 베를렌과의 떠들썩한 연애……. 시인 랭보를 떠올리는 말은 무수히 많다. 따지고 보면 많은 사람이 랭보의 시를 읽고 감탄했다기보다는 젊은 시인의 신화와 명성에 이끌린 게 사실이다. 그리고 젊은 천재 시인의 신화가 탄생한 배경에는 랭보의 절필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랭보는 5~6년의 짧은 작품 활동을 끝으로 문학적 삶을 떠나 장사꾼이 되어 아프리카로 떠났다. 일명 ‘랭보의 침묵’이었다. 《일뤼미나시옹》은 랭보의 마지막 시집으로 예술가로서 랭보가 보여준 마지막 문학적 행위였다. 문예출판사는 랭보 탄생 170주년을 기념하여 42편의 《일뤼미나시옹》 시 전편과 함께 입체주의 회화의 거장 페르낭 레제의 그림 20점을 수록한 페르낭 레제 에디션을 국내 최초로 출간했다. 

저주받은 천재 시인의 예술가로서 그 마지막을 담은 미완성 산문 시집
모든 문학을 벗어난, 모든 문학을 능가하는 난해함의 극치!
프랑스 상징주의 운동의 선구적 작품 중 하나인 《일뤼미나시옹》은 프랑스 독자들조차 고개를 젓는 엉뚱하고 기이한 시로 유명하다. 복잡하고 미묘한 형용사, 수많은 고유명사, 난해한 문장구조, 무수히 많은 쉼표와 비약, 생략, 은유, 그리스와 라틴의 고대 신화……. 1886년 잡지 《라 보그(La Vogue)》에 《일뤼미나시옹》을 최초로 출판한 펠릭스 페네옹은 “모든 문학을 벗어난, 어쩌면 모든 문학을 능가하는” 작품이라고 하면서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기이하고 강렬한 《일뤼미나시옹》의 독창성을 격찬했다. 무엇보다도 이 시집은 새로운 경험이자 난해하고도 생경한 놀라운 신비를 글로 표현하면서 언어의 극한까지 내달린다.

랭보가 프랑스어의 모든 한계와 역량을 쏟아부어 완성한 언어 건축물로 그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이에 가능한 한 원본 텍스트의 기이한 생경함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시인이 의도한 비유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원시가 제시하는 단어 배열 순서를 최대한 맞추면서 문장부호나 줄표, 문장 구성, 생략 어법 등 원시의 형식적, 언어적 구성을 되살리려고 노력했다. 또한 꼼꼼하고 상세한 옮긴이 해제는 랭보의 불가해하고 불가능한 시집 《일뤼미나시옹》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시공을 초월한 랭보의 대항해, 세상 끝을 향해 나아가다
랭보의 삶의 흔적은 1871년 “나라는 것은 타자다(Je est un autre)”라는 선언에 걸맞게 작품 속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일뤼미나시옹》에는 삶을 추억하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서정적 의미의 ‘삶의 찬가’는 없다. 대신 비현실적인 상상력과 환상이 뒤섞여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시공을 초월하여 세상의 끝을 향해 대항해를 떠나는 랭보가 있다. 《일뤼미나시옹》의 세계는 삶의 흔적에 기초한 어떤 이론이나 관점으로 소개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풍부하다. 이 시집의 세계는 고대의 전설이나 신화에서 시작하여 현대적 사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시공을 초월한 인류의 대항해, 특히 정신의 차원에서 알려지지 않은 세상 끝에 닿으려는 대탐험처럼 다채롭다.

예술의 경계를 넘은 환상적인 아트 컬래버
대담한 색채, 절제된 구성 페르낭 레제 그림 20점 수록!

《일뤼미나시옹》 페르낭 레제 에디션은 페르낭 레제가 《일뤼미나시옹》만을 위해 그린 그림이 수록된 아트 컬래버 시집이다. 페르낭 레제는 대담한 색채와 절제된 구성으로 추상적이면서도 역동적인 그림을 그린 입체주의 회화의 거장이다.

그는 1949년 스위스 로잔의 Éditions des Gaules(Louis Grosclaude)에서 395부 한정판으로 출판한 《일뤼미나시옹》 시집에 랭보의 초상화를 포함한 15점의 그림을 그렸다. 랭보의 시에 맞춰 그림을 그린 후 석판화에 색을 입혔고 이런 연유로 그림의 색채나 색의 위치 등이 책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후 페르낭 레제의 그림은 1962년 스위스 로잔의 Éditions Mermod에서 출판한 《일뤼미나시옹》에 랭보 초상화(문예출판사 출간 시집의 표지 그림으로 1949년 판본의 초상화와는 색감이 다르다)를 포함하여 7점이 수록되었다(6점은 1949년 판본과 동일하고 1점은 그림과 색감이 조금 다르다).

문예출판사는 1949년 판본과 1962년 판본을 참고하여 동일한 그림일 경우에는 좀 더 색감이 강렬하고 선명한 그림을 실었으며, 《일뤼미나시옹》만을 위해 그린 페르낭 레제의 그림 17점(표지 그림 포함) 외에도 레제의 대표작 3점을 본문에 추가로 실었다. 감각적이며 자유로운 랭보의 시와 함께 강렬하면서도 단순한 색채, 곡선과 직선의 대비가 두드러진 페르낭 레제의 그림을 즐길 수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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