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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라는 감정에 대하여
정의라는 감정에 대하여
  • 김재호
  • 승인 2023.12.05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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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C. 솔로몬 지음 | 오도스 | 592쪽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 이후
한국 사회는 얼마만큼 더 정의로워졌을까?

한때 한국 사회를 강타했던 ‘정의’라는 키워드가 있다. 당시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켜 너도나도 책을 구매하고 저자인 마이클 샌델이 방한할 때면 독자들이 구름같이 모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당시의 ‘정의 열풍’ 이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더 정의로워졌을까? ‘정의’라는 주제로 온 사회가 들썩였던 그때와 비교해 우리는 얼마나 더 정의로워진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요즘이다. 경제는 침체되고 정치는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심한 사회, 세상이나 사회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생존을 위해 각자도생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어쩌면 다시 “정의”라는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한 강의에서 “한국 사회가 민주화를 이루었음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은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에만 치중한 나머지 개인을 바꾸고자 하는 각자의 혁명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모두가 정의로운 세상을 원하지만 쉽게 정의로워지지 않는 이유를 추상적인 이상향의 사회나 시스템에서 찾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최진석 교수의 말에 비추어 ‘개인은 정의롭지 못한 사회의 희생자’라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정작 일상에서 마주하는 개인적인 상황에서는 정의롭게 행동하지 않은 채, ‘정의란 내 책임이나 의무가 아니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이 책 『정의라는 감정에 대하여』는 독자들에게 정말 많은 통찰을 줄 것이다.

이 책은 지적인 독자들이 읽고 이해하기에 쉬운, 정의에 관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정의란 기본적으로 어떤 이상적인 상태, 즉 세상의 방식이나 완벽한 정부 시스템을 위한 설계가 아니라, 매일의 일상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우리가 느끼는 방식, 우리가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상황에 대해 행동하고 반응하고 추구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또한 저자는 정의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나 감수성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논리를 따라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정의 문제에 대해 냉소적이거나 무관심한 독자들, 혹은 합리화를 통해 외면하는 독자들이, 정의가 우리의 삶에서 왜 중요한지, 그리고 정의가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얼마나 친근한 것인지를 친절하게 깨닫게 되는 ‘정의 가이드’가 될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네 자유와 권리는, 딱 네가 저항한 만큼 찾는다”라고 했던 체 게바라의 말을 “정의로운 세상은, 딱 내가 정의로운 만큼 찾는다”라고 자신에게 바꾸어 말해 보면 어떨까? 이제 사회로서의 정의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정의를 이야기할 때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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