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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쓰마와 시마즈 히사미쓰
사쓰마와 시마즈 히사미쓰
  • 김재호
  • 승인 2023.12.05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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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일 지음 | 푸른길 | 448쪽

삿초 사관에서 벗어난,
사실적 메이지 유신 이야기 완결판

우리가 신문지상이나 그 밖에 매체에서 보고 전해 듣는 메이지 유신 이야기는 대체로 삿초 사관에 기반해 편찬된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일본사』에 실려 있는 수준으로, 현재 일본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이지 시대의 근대화 역사 그 자체이다. 물론 우리 고등학교 교과서인 『동아시아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본 문부성은 메이지 시대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메이지 유신에 대한 사료를 수집, 편찬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결과가 바로 1939년에서 1941년 사이에 발간된 『유신사』이다. 삿초 사관에 기반한 이 『유신사』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쓰마·조슈로 대표되는 서남웅번이 번의 군사력을 동원해 막부를 타도하는 데 성공하였고 그 이후 근대 천황제의 확립에 크게 공헌하였는데, 이 과정에 근왕지사들이 크게 이바지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막부의 개혁 실패와 대외 의존성도 빠짐없이 지적하고 있다. 근왕지사, 다시 말해 하급 무사들에 의해 이루어진 역성혁명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는데, 바로 이것이 현재 일본의 출발점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메이지 유신의 3걸로 사쓰마의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보 도시미치, 조슈의 기도 다카요시 등이 거명되는 것도 모두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막부 말기에는 다양한 세력이 할거하였고, 또한 투쟁하였다. 따라서 어느 세력의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메이지 유신의 실체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 승자인 사쓰마·조슈의 시선과 패자 막부의 그것은 극과 극일 수밖에 없다.

외국인에 의한 메이지 유신 연구의 백미라 평가되는 『사카모토 료마와 메이지 유신』(2014, 번역)에서 저자 마리우스 잰슨 교수가 사이고도, 오쿠보도, 기도도 아닌 도사 번 출신의 탈번 낭사 사카모토 료마를 주인공으로 끄집어낸 것은, 삿초 사관에서 한 걸음 물러나 메이지 유신을 보다 객관적 입장에서 바라보고자 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판단된다.

특히 메이지 신정부 초기 민권운동의 맹아를 료마를 비롯한 도사 번 출신 이타가키 다이스케나 고토 쇼지로에서 찾으려 하였다.『막말의 풍운아 에노모토 다케아키와 메이지 유신』(2017)에서 삿초 사관에서 한 걸음 더 물러나 막부의 해군 제독 에노모토 다케아키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승자가 아닌 패자의 관점에서 메이지 유신을 보고자 하였다면 이번 『사쓰마와 시마즈 히사미쓰』(2023)에서는 앞서 펴낸 두 책과는 달리 승자인 사쓰마의 입장에서 메이지 유신을 바라보고자 했다.

총체적인 힘으로서 사쓰마 번, 조금 더 나아간다면 사쓰마 번을 하나로 묶어 막말 교토 정국을 주도한 사쓰마의 국부 시마즈 히사미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였다. 이것은 어느 개인의 영웅적 결단이 아니라 사쓰마 번이라는 집단의 매 순간 결정이 어떻게 막말의 대혼돈을 헤쳐 나오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나아가 메이지 신정부 탄생이라는 엄청난 결과에 도달하게 되었는가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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