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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엄경 강해 1, 2
능엄경 강해 1, 2
  • 김재호
  • 승인 2023.12.05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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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경 지음 | 서광사 | 908쪽

이 책은 불교 경전 『능엄경』을 철학자 한자경 교수가 우리말로 옮기고 내용을 설명한 책이다. 한문역 원문과 우리말 번역문, 해설, 도표를 포함한 방대한 분량을 두 권으로 나누어 한자경 교수의 해제와 『능엄경』 서분부터 정종분의 사마타(견도분)까지를 Ⅰ권에, 삼마제(수도분)부터 유통분까지는 Ⅱ권에 실어 출간하였다.

이 경이 설해지게 된 배경, 참여한 인물들, 그리고 경전의 주된 가르침과 목적 등이 소개되는 도입부인 서분에 이어 정종분에서는 인간 마음의 실상을 논하고(사마타/견도분), 그에 입각한 수행의 기본 방법을 밝히며(삼마제/수도분), 나아가 수행을 단계적으로 완성해 가는 과정(선나/증과분)을 제시한다.

이 3단계를 거쳐 『능엄경』은 우리의 본래 마음이 단지 견문각지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묘하게 맑고 밝은 영지의 마음이라는 것, 우리의 마음이 표층의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주 전체를 포괄하는 심층의 한마음이라는 것을 밝히고, 그 본래의 마음자리로 우리가 어떤 수행 방편을 통해 나아갈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수행 단계를 따라 궁극의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지를 논한다.

이어 제4부 결경분에서 경의 제목을 설명하고, 제5부 조도분에서는 우리가 윤회하는 세계인 3계(界)와 그 안에서 윤회하는 중생 부류인 7취(趣)를 설명한다. 그리고 수행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색·수·상·행·식 5음의 각 단계에서 일어나는 마사(魔事)로 설명한다. 유통분은 본 글을 찬탄하고 이 글을 수지독송하고 전파하는 복덕이 말할 수 없이 큼을 간단하게 언급하며 끝맺는, 책의 결론 부분이다.

『능엄경』은 붓다의 가르침을 완성하기 위해, 보여진 현상세계 전체를 넘어서는 마음 한자리를 확고하게 붙잡기 위해 쓰여진 경전이다. 수행하는 불자라면 놓쳐서는 안 되는 그 마음을 ‘신묘하고 맑고 밝은 마음’인 묘정명심(妙淨明心), ‘원만하며 묘하고 밝은 마음’인 원묘명심(圓妙明心)으로 밝히면서 그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마음에 입각해서 우리가 경험하는 자아와 세계의 실상을 해명한다. 일체 존재의 방대한 범위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수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신비한 내용들도 논리적으로 해명해 주는 통합적 불교 이론서 내지 수행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한자경 교수는 오랜 시간을 들여 『능엄경』 역본들과 여러 주석서들을 대조하며 번역과 해설을 완성했다. 반라밀제(Paramiti)의 한문역본 『대불정여래밀인수증료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 원문을 기초로 하여 가능한 한 쉬운 우리말로 풀이하고, 그 내용을 철학적으로 설명하였다. 『능엄경』의 원래 내용이 붓다가 아난, 파사익왕, 관세음보살 등과 나눈 대화체의 글이기 때문에 생생한 분위기를 살리고자 대화체의 대본 형식으로 풀어 구성하고, 모든 대화를 존댓말로 번역한 점이 큰 특징이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왕에게도 제자에게도 공대말을 쓰는 붓다를 만나볼 수 있다. 내용 중심으로 장과 절을 나누고 소제목을 붙여, 차례만으로도 큰 줄기를 알아볼 수 있게 했다. 구절마다 해설 앞에 간략하게 내용을 도표화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도록 했고, 핵심적인 도표들은 각 권 뒤에 별도로 묶었다. 중요한 개념과 수(數), 인명, 비유 등은 색인에서 찾을 수 있게 했다.

오랜 세월 동안 불교인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온 이 경전이 이제 현대적 번역과 해석을 통해 오늘날과 미래 세대의 많은 독자들에게 삶의 의미와 사유의 깊이를 더해 줄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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