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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
  • 김재호
  • 승인 2023.12.05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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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일 지음 | 산지니 | 296쪽

연변살이 고투에 바치는 그리움과 추억의 걸음걸음,
연변에 터를 닦은 이들의 삶을 시에 녹이다

지역에서 소외되었던 문학 전통을 되살리는 연구를 이어 온 박태일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의 일곱 번째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가 출간되었다. 『옥비의 달』 이후 9년 만에 출간되는 이번 시집에는 연변을 소재로 한 101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국내 지역뿐만 아니라 몽골, 도쿄, 중국 연변 등 재외지역 문학 연구에도 힘써 온 저자는 북한 문학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연변에 오고 간 20여 년의 세월 동안 그곳에서 보고 느낀 바를 이 시집에 담았다. 1991년 처음 연변 땅을 밟은 저자는 그 이후로 심도 있는 북한 문학 연구를 위해 부지런히 연변을 오갔다. 2015년 연변에서의 연구년을 보내고, 이후 틈틈이 연변을 찾으며 북한 문학 연구를 지속해 온 것이다.

시인은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라는 제목이 가리키는 것처럼 연변으로 이주하여 오랜 시간 그곳에 터를 두고 살아온 나그네(남편)와 안까이(아내), 즉 연변 땅의 평범하고도 소박한 주변 사람들의 삶을 따스한 시선으로 포착해 내었다. 작품에서는 연변 체류 기간 동안 시인이 실제 다녔던 헌책방, 수상시장 국밥집, 부르하통하(연길 시를 가로지르는 강변) 등이 등장해 생생한 연변의 풍경을 그린다.

시인은 연변을 고향으로 둔 이들이 겪은 고투와 비통에 죄책감을 느끼며 그 빚진 마음을 시로 풀어냈다. 시집은 총 다섯 개의 부로 구성되어 연변 사람들의 일상부터 연변의 역사유적지, 항왜투사, 조선족 이민사 등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흐르고 있는, 연변 사람들이 겪어 온 역사의 줄기를 훑는다.

이번 시집은 재중겨레 문학사회의 비평가인 전임 연변대학교 김관웅 교수가 풀이를 덧붙임으로써 박태일 시인의 작품을 폭넓게 이해하도록 돕고, 국내 독자에게 다소 낯설 수 있는 연변 지명과 역사를 일러준다. 연변 사람들의 정체성을 품은 역사는 이제 시인이 써내려간 그리움과 추억의 옷을 입고 우리 곁에 자리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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