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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35] 서울 한강에서 ‘괴생물체’ 화제가 된 ‘강참갯지렁이’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35] 서울 한강에서 ‘괴생물체’ 화제가 된 ‘강참갯지렁이’
  • 권오길
  • 승인 2023.12.04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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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참갯지렁이
강참갯지렁이 모습이다. 사진=유튜브 'TV생물도감' 캡쳐

「봄날 밤 한강 뒤덮은 괴생명체… 바글바글한 ‘이것’ 뭐예요?」라는 제목으로 2023년 3월 28일자 <조선일보> 최혜승 기자의 보도 내용이다.

“최근 한밤중 서울 한강을 뒤덮은 소형 괴생물체 군집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TV생물도감’이 지난 23일 공개한 영상이 발단이었다. 이 영상에는 어린이 손가락 크기의 생물체들이 무더기로 꿈틀대며 한강 수면을 헤엄치는 모습이 담겼다. 셀 수 없이 많은 정체불명의 생물이 선유도 인근 한강에 널리 퍼져 있었다. 이 유튜버가 뜰채로 한 번 퍼 올렸을 뿐인데, 플라스틱 통 절반을 채울 정도였다. 

한강에 무더기로 출몰한 괴생물체의 정체는 참갯지렁이 중 하나인 ‘강참갯지렁이’다. 갯지렁이는 그 이름 때문에 흔히 바다나 갯벌에만 산다고 생각되지만, 하구나 강에도 서식한다. 강참갯지렁이는 강어귀 밑바닥을 기어 다니는 생물이어서 평소 물 위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어쩌다 최근엔 물 위에서 발견된 것일까. 매년 3월 중순부터 4월 초가 ‘번식기’이기 때문이다. 참갯지렁이는 물에서 체외수정을 한다. 암컷은 몸을 터뜨려서 난자를 방출하고, 수컷은 정액을 내뿜는데, 수정 확률을 높이기 위해 떼를 지어 올라와 헤엄을 치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수영하는 참갯지렁이를 보고 있으면 ‘지렁이가 원래 수영을 잘하는 동물이었나’하는 의문이 든다.

참갯지렁이는 번식기가 되면 눈이 커지고, 유영하기 좋도록 다리가 넓적하게 변한다고 한다. (……) 번식기의 참갯지렁이들은 빛이나 달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갯지렁이 몸 안에는 달 주기를 감지하는 일종의 생체리듬이 내재 돼 있어 일제히 수면에 올라와 번식 활동을 한다. 이 참갯지렁이들은 마지막 힘을 내 자손을 퍼뜨린 뒤 생을 마감한다. 보름달과 초승달 사이에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그래도 미끼용 갯지렁이는 비쌌는데 잡아다 쓰면 딱이네요!” 해당 영상을 본 낚시 애호가들이 남긴 댓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끼로서의 가치는 없다.”라고 말한다. 홍재상 인하대학교 명예교수는 “이 시기 참갯지렁이는 산란 행위를 마치고 힘이 다 빠져 흐물흐물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미끼로서의 활용 가치가 크지 않다.”라고 했다. (……)

몸의 많은 부분이 단백질로 이뤄진 이 강참갯지렁이를 먹어도 되는지 묻는 네티즌들도 많았다. 베트남에선 민물과 바닷물이 서로 섞이는 구역에 서식하는 갯지렁이 음식이 있다. 달걀, 다진 돼지고기, 귤껍질, 양파를 섞어 부침개처럼 해 먹는 ‘짜르어이’라는 음식이 대표적이다.”(조선일보 기사 내용)

강참갯지렁이(Hediste diadroma)는 환형동물의 다모류(多毛類, polychaeta)로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하구(河口), 즉 기수역(汽水域, brackish water zone)의 중하류에 사는 갯지렁이무리이다. 몸이 길쭉하고 둥그스름하며(elongate, cylindrical body), 강모(剛毛, seta, 센털)가 많이 난, 80~105개의 체절(體節, body segment, 몸마디)로 되어 있다.

앞쪽은 단단하고, 뒤로 가면서 가늘어지며. 등은 볼록하고(convex), 배 쪽은 납작(flat)하다. 머리는 눌린 배(pear) 꼴이고, 2쌍의 눈이 있으며, 1쌍의 촉각, 쑥 내밀 수 있는 주둥이가 머리의 밑에 있다. 그리고 갯지렁이처럼 몸마디 양편에 센털이 가득 난 측지(側肢, parapodia)가 있다.  

이 벌레는 살았을 적엔 붉거나 녹갈색이고, 알코올이나 포르말린에 보관(고정)하면 크림색으로 변한다. 수컷은 등이 붉으면서 황색이거나 백색이고, 암컷은 녹색이며, 생식기에는 암수컷 모두 아주 가늘고 투명해지는데, 암컷을 녹색 알을 한가득 품고, 수컷은 흰 정자를 품어 몸이 부풀어 나며, 눈알이 좀 더 커진다.

완전히 성숙한 벌레들은 떼를 지어 수표면을 떠다니면서, 밤이나 민물일 때 알과 정자를 뿌린다, 수정란은 부화하여 플랑크톤인 담륜자(膽輪子, trochophores)유생(幼生)으로 발생하고, 3일 뒤에는 메타트로코포아(metatrochophores)가 되면서 체절이 생기기 시작하고, 변태(탈바꿈)를 계속하면서 성체를 이룬다. 벌레는 U자 모양의 굴에 들어가 살며 퇴적물을 먹는(deposit feeders)다.

강참갯지렁이 속(屬)은 해수부터 기수역까지 폭넓게 서식하고 있으며, 갑각류, 어류와 새 등의 먹잇감으로 중요하다. 또한 실험실에서 쉽게 사육 가능하며, 낚시 미끼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아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생물학적, 생태학적 기초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국내 서식종(H. diadroma)이 생물지표종(bioindicator)으로 개발 가능한 생물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성장과 관련된 개체군 동태를 살펴보고 있으며, 실험실에서 사육하면서 중금속 독성시험 등을 하고 있다 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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