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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지심리학' 낸 이정모 교수
[인터뷰] '인지심리학' 낸 이정모 교수
  • 김재환 기자
  • 승인 2001.08.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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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28 16:28:08
‘인지심리학’(아카넷 刊)은 새로운 학문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한 학자가 14년 동안 벌였던 고투의 산물이다. 7백여쪽에 육박하는 이 방대한 저작을 위해 이정모 성균관대 교수(심리학)는 이 신생학문의 발전과정을 좇아 언어학, 철학, 전산학, 신경과학 등의 인접학문까지 넘나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이 책을 저술해냈다. 이 교수는 인지심리학에 가장 정통한 학자로 알려져 있다.
 
△인지심리학은 학제적 학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독저술로 책을 펴내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인지심리학은 지식이 형성되는 프로세스에 대한 연구입니다. 애초에는 행동주의 심리학에 대한 반발로 출발했죠. 오늘날 ‘정보사회’라는 개념을 태동시킨 사람으로 평가되는 허버트 사이먼은 지난 60년대에 컴퓨터를 전산처리 기계가 아니라 상징조작의 시스템이라는 개념으로 제출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그의 관점은 인간의 마음도 정보처리 시스템이라는 시각을 제공하면서 인지심리학의 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최근에는 인접과학들의 성과를 수용하면서 패러다임이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초기의 패러다임이 ‘컴퓨터 유추’라면 지금은 거기에서 탈피하고 있지요. 80년대 중반이후 인간의 이성적 합리성을 반박하는 실험적 증거들이 제출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계속 구축되어 가고 있습니다. 자꾸만 변해가는 패러다임을 새로 공부하느라 당초 계획보다 집필이 늦어졌습니다.”
△인지심리학의 경험적 증거들이 근대과학의 토대인 이성적 합리성을 허물고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시어머니의 눈에 며느리는 나쁘게만 보이죠. 성격이 나빠서가 아니라, 인지능력의 한계 때문에 그런 것이죠. 일종의 ‘확인편향’인데, 이는 인간이 알고리즘적으로 논리적 규칙에 따라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한국의 고질병중의 하나인 지역주의도 인지능력의 한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논리적이며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가설은 모든 경우에 합리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올림피안 래셔널리티’(olympian rationality) 가설입니다. 개개의 인간이 이런 인지능력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 결국 인간의 마음에 대해서는 다원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타자와의 교섭과정에서 재구성되고, 인지능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죠. 그때의 타자란 인간, 자연, 인공물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인공물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컴퓨터죠. 오늘날 컴퓨터는 인간의 인지능력을 변화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이 책에서 인지심리학의 발전단계를 구분하셨는데, 현재 단계는 어느 수준입니까.
“인간의 마음을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설정했던 초기의 인지심리학이 첫 번째 단계라면, 두 번째 단계는 인지를 신경망 연결주의에 의해 설명했던 패러다임을 말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마음을 뇌의 생물학적 구조로 환원시켜 설명했던 신경과학단계, 그리고 90년대 중반부터 제기되었던 사회문화적, 상황인지적 접근이 4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수준에서 보자면, 마음을 뇌 기반으로 설명하는 ‘아래로의 끌음’ 경향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적, 진화역사적 환경을 중시하는 ‘밖으로의 끌음’이라는 두 경향으로 수렴되고 있습니다. 데카르트적 합리성 개념이 인간의 마음과 외부의 환경을 분리시켰다면 이제는 ‘환경과 괴리되지 않은 마음’을 재구성하는 제 5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내의 인지심리학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국내의 인지심리학, 나아가 인지과학 연구는 아직까지 답보상태입니다. 연구자도 40여명 남짓하고, 5개 대학에 대학원 협동과정이 개설되어 있을 뿐이죠. 지각 분야의 경우에는 세계적인 연구성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사고나 기억 분야는 그렇지 못합니다. 국내의 학계 풍토도 문제입니다. 외국은 세미나, 콜로키움을 통해 정보와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발전하는데 국내는 모든 것을 혼자서 해야 합니다. 도저히 경쟁이 안되죠. 학문분류체계도 문제입니다. 과학재단에서 인지심리학을 지원하지 못했던 것도 이 학문이 현재의 분류체계에서 자연과학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재작년에야 겨우 복합과학으로 인정받았는데, 이전에는 아이러니 하게도 정신병학의 한 부분으로 편입되어 있었습니다.”
△이 책의 주요 주장 가운데 하나는 ‘인지심리학은 정보사회의 기초학문이다’인 것으로 보입니다.
“인지심리학은 인간의 마음과 컴퓨터, 뇌라는 세 꼭지점을 연결하는 학문입니다. 인지과학 과정이 없는 대학은 서구에서 일류취급을 받지 못합니다. 연구투자도 활발하고, 학생들도 가장 많이 몰리고 있죠. 21세기가 정보사회, 인터넷 시대라고 하지만, 그런 시대가 가능했던 것도 인지과학 패러다임 덕분이었습니다. 컴퓨터가 단순히 숫자놀음하는 기계가 아니라, 상징을 조작할 수 있는 마음과 동일한 체계라는 관점에서 시작된 것이죠. 인지과학적 토대가 없는 정보사회는 속이 텅 빈 구호일 뿐입니다. “김재환 기자 weibli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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