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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포용적 연구’ 혁신을 향하는 신진 과학자
모두를 위한 ‘포용적 연구’ 혁신을 향하는 신진 과학자
  • 김혜진
  • 승인 2023.11.27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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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심포지엄
지난 23일 열린 '포용적 혁신 연구 사례 발표'에 나선 신진 연구자들이다. 사진=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전 세계적으로 과학기술 영역 전체에 걸쳐 성별과 기타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통합하는 연구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남성과 여성을 모두 고려하는 연구는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중추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는 신진과학자와 뜻을 모아 성별 특성 반영 연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성별 특성 반영 연구 문화를 촉구하고자 ‘신경과학, 뇌 질환 및 오가노이드, 중독, 인공지능, 후생 유전학, 장내 미생물 연구’ 등 최신의 성차 연구 사례를 논의했다.  

보건통계학적 연구에 따르면 정신 질환 발병률에 성차가 크다. 치매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이 발병하고,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경우 남성이 여성에 비해 4배 이상 발병율이 높다. 그러나 성차가 생기는 원인은 아직 잘 알지 못한다. 

오가노이드, 알츠하이머 성차 연구에 활용

가톨릭의대 박상준 박사는 「오가노이드 기반 알츠하이머 질환 성차 연구」를 주제로, 최근 첨단바이오 연구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공장기인 오가노이드가 알츠하이머 성차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오가노이드는 인체 세포로 제작돼 질병 연구와 신약 개발 등 다양한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 질환처럼 환자에게 직접 접근하기가 어려운 경우 더욱 유용하다.

최근에 성별에 따른 뇌 오가노이드를 제작했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퇴행성 뇌 질환에서 보이는 성차 기전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박상준 박사는 알츠하이머 질환이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 근거를 성차 기반 오가노이드 연구로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치매 뿐만 아니라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약물중독에서도 성차가 보고되고 있다. 약물중독에 있어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빨리 중독에 이르고, 치료도 남성에 비해 힘들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 준 것이다. 행동적 차이도 있다. 남성은 충동적으로 약물을 접하면서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여성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우울증을 완화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하여 중독에 이르는 것이다.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생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뇌과학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수컷에 집중돼 성차 기전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최근에서야 중독에 관여하는 주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수용체의 발현에 성차가 언급되면서 도파민 신호 전달에 성차가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중독 및 도파민 관련 연구에서 성별 특성 고려가 중요한 이유다.

그 밖에 자폐스펙트럼 장애 역시, 성염색체에 관련된 성차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신 질환의 성차 원인은 다각도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최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뇌의 구조적·기능적 성차가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성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연구 데이터로 인해 현재 데이터 과학 및 인공지능 연구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은 과거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기 때문에 편형적인 데이터에 포함된 편견을 고스란히 답습하게 된다.

의료용 진단 및 예측 혹은 의약 개발 등에 사용되는 인공지능이라면 편향된 데이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인간에게 치명적 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과학기술 연구뿐 아니라 교육·환경·사업영역까지도 모든 데이터에 성별 특성이 반영돼야 한다.

지난 23일 발표회를 마치고 발표자와 참가자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성별 특성 연구, 환경·사회·문화 이해도 필요

성별 특성 연구를 위해서는 생물학적 요소를 넘어서 환경·사회·문화적 요소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유전자 발현의 변화를 연구하는 후성유전학은 유전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성별 차이는 후성유전학적 패턴과 유전자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이 유사한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환경 요소에 의해 종종 뚜렷하게 다른 후성유전학적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유전자 발현과 세포 기능의 차이로 이어져 생리적·행동적 나아가 질병에 대한 감수성의 차이로 나타난다. 

여기엔 장내 미생물도 큰 몫을 한다. 장내 미생물은 인체에 서식하며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태어날 때부터 평생 변화하는 미생물 생태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은 면역 세포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여, 후생적 변형을 유도, 신호 분자 생성을 통해 면역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 여기에 에스트로젠,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성호르몬이 장내 미생물과 면역, 그리고 후생유전학까지 상호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사례 공유를 통해 우리는 성별 특성 반영 연구 환경을 촉진하고 잠재적인 위험을 예방하고자 한다. 나아가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성별 특성을 반영한 더 우수한 연구 성과를 도출하려는 노력을 통해 성차에 대한 과학적 지식 향상 뿐만아니라 모두를 위한 포용적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확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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