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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시대
민중의 시대
  • 김재호
  • 승인 2023.11.21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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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외 12인 지음 | 빨간소금 | 396쪽

그동안 우리는 1980년대를 지나치게
‘격변과 해방의 서사’나 ‘민중지식인’ 중심으로 써 온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1980년대란 무엇일까? 이는 ‘지금 여기에서 80년대를 어떻게 기억할까?’와 같은 질문이다. 80년대를 기억하는 방식은 개인마다 기록자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광주항쟁이 싹을 틔우고 6월항쟁으로 열매를 맺은 ‘민주화’의 시대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러한 정치적 주제의 중요성 때문에 이 시기에 관한 연구는 주로 ‘격변과 해방의 서사’에 집중했고, 그 결과 당대의 복잡하고 모순된 모습을 살피는 데는 미흡했다.

그리고 정치적 변동에 주목하다 보니 경제 발전, 사회 변화, 새로운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의 유입, 그리고 그를 통해 발전한 문화 형태 등의 주제는 소외되었다. 또한 민주화의 주체로서 민중지식인에 주목함으로써 노동자, 여성, 일반 시민, 비주류 예술가처럼 함께 동시대를 만든 집단을 소홀히 다루었다.

그 결과 1980년대는 한국사에서 이념으로 가득 찬 위기의 시대로 분류되어, 세계화와 포스트 민주주의로 설명되는 이후 시대와는 사회적·문화적으로 아무 연관성이 없는 이례적인 시대로 여겨졌다.

이에 환멸을 느낀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 양측 모두 여러 층위에서 1980년대를 “불연속 체제”로 보았다. 《민중의 시대》는 노동자, 여성, 일반 시민, 비주류 예술가의 눈으로 1980년대 문화를 새롭게 보려는 적극적 시도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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