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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승인 2023.11.2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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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로브그리예 지음 | 성귀수 옮김 | 문학동네 | 152쪽

‘누보로망’의 선구자이자 전방위 예술가
알랭 로브그리예의 실험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진』은 20세기 중반 파격적인 문학 실험으로 ‘누보로망(새로운 소설)’을 선도한 프랑스 작가 알랭 로브그리예가 1981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양성적 매력을 지닌 젊은 여성 진Djinn에게 이끌려 비밀조직의 요원으로 활동하다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년 시몽 르쾨르의 기묘한 행적을 강렬한 필치로 그려냈다. 수수께끼의 인물이 거듭 등장하고, 방향 감각을 잃은 이미지와 혼란스러운 시공간이 펼쳐지는 이 소설은, 궁극적으로 주인공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을 점점 가중시키면서 압도되어가는 느낌을 선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프랑스어 교수 이본 레너드의 요청을 받아, 미국 대학생들을 위한 프랑스어 문법 교육용 텍스트로 집필한 『면접』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덧붙여 새로이 펴낸 소설이라는 점이 특이한데, 총 여덟 장으로 구성되어 프랑스어 문법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는 식으로 전개된다.

이렇듯 애초에 프랑스어 문법 학습서로 집필되었으나 오락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소설로 탈바꿈한 『진』은 노년에 이르러서도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은 로브그리예의 실험정신이 낳은 역작이라 할 수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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