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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때리는 한국사
뼈때리는 한국사
  • 김재호
  • 승인 2023.11.21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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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진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40쪽

뼈로 읽는 옛사람, 뼈에 새겨진 또다른 한국사
추정 16세, 155cm, 과도한 무릎 사용… 순장 소녀 송현이의 슬픈 사연
납작한 돌로 머리를 눌러 머리뼈를 변형시킨 고대 가야인의 편두 풍습
경주의 동궁과 월지에서 발견된 통일신라시대의 아이는 왜 우물에 빠졌을까?
은평구 진관동은 조선시대 무덤 자리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임진왜란의 격전지 동래읍성의 해자에서 발견된 뼈들의 주인공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송현이’

2023년 9월 17일, 가야 고분군이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가야 고분군은 고대 가야 문명을 대표하는 7개 고분군으로서, 이 책 『닥터 본즈 우은진의 뼈때리는 한국사』에서는 그중 ‘창녕군 송현동 고분군 15호분’을 첫 장으로 다뤘다.

발굴 당시 중요 유물은 도굴로 사라졌으나, 주피장자의 발치 쪽에서 머리를 동쪽으로 두고 있는 네 명이 순장된 것으로 밝혀진 고분군이다. 매장된 네 명 중 가장 북벽 쪽에 놓인 ‘순장 소녀’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뼈가 가장 잘 남아 있었던 덕분에 당시 국내에서 시도 가능한 모든 분석이 총망라되어 진행되었고,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장비와 기법이 총동원되었다.

아직 남아 있던 세 번째 어금니인 사랑니 분석을 통해 나이는 16~17세로 추정되었고, 한국전쟁 때 사망한 아시아인 집단의 뼈대를 이용해 만들어진 공식으로 약 155센티미터로 추정된 순장 소녀 ‘송현이’는 해부학과 법의학, 법치의학, 유전학, 고병리학 등 다양한 현대 학문의 힘으로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이 땅에 살았던 옛사람들이 얼마나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살았는지 사료나 유물로는 알기 어렵지만, 뼈에는 그들의 삶을 유추할 만한 단서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삼국시대 사람들이 충치를 얼마나 앓았는지 문헌으로는 알 수 없으나 치아에는 그 정보가 남아 있다.

또 조선시대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나 평균 키를 복원할 수 있는 정보도 뼈에는 남아 있다. 뼈를 보면 삶이 보이고 그 삶이 역사가 되는 순간, 뼈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뼈에 기록된 역사는 삶과 죽음의 경험 안에서 축적된 실증의 역사다. 이 안에서 사람의 역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된 파편화된 정보들의 융합을 통해 마침내 더 깊은 역사가 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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