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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우리 것의 아름다움
다시 보는 우리 것의 아름다움
  • 김재호
  • 승인 2023.11.14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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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철 지음 | 삼인 | 414쪽

“못 보고 못 느끼면 잘 살기 어렵다”

미술사 최초로 얼굴을 그린 ‘조개 가면’에서
한말 이하응과 민영익의 ‘난초’에 이르기까지
선사와 고대·중세·근세를 거치면서 우리 선조들이 찍었던 전통예술의 정점 33개

지금 세상은 ‘양(量, Quantity)’과 ‘질(質, Quality)’을 넘어,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며 사는 ‘격(格, Dignity)’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공공 예술기획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박삼철의 『다시 보는 우리 것의 아름다움』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한말에 이르기까지 시대정신과 생활상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우리 유물·유적 이야기 33편을 담았다.

박물관에서 못 보고 지나치는 것들, 보고도 지나치는 것들을 다시 보게 하는 ‘우리 삶 우리 예술 역사 안내서’인 이 책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삶, 즉 미맹(美盲) 탈출이 ‘잘 살기 위한’ 조건 중 하나임을, 풍부한 자료사진과 출중한 스토리텔링으로 전한다.

첫 번째 챕터인 ‘꿈꾸다! 선사시대’에서는 우리 미술사 최초로 얼굴을 그린 조개 인면상, 6천 년 전 돌을 깎아 만든, 손가락보다 짧은 여인상 등이, 두 번째 챕터 ‘뜻하다! 삼국시대’에서는 현재 대한민국이 보유하지 않은 고구려 유물에 남은 우리의 옛 상징 새, ‘세 발 태양 까마귀’ 등이 ‘미지의 과거’를 상상하게 하는 문을 연다. 세 번째 챕터 ‘욕망하다! 고려시대’에서는 태조 왕건상과 희랑조사상, 거대 석불 등이, 네 번째 챕터 ‘생생하다! 조선시대’에서는 조선의 골격 한양도성과 훈민정음 등이 지나간 옛이야기들을 우리의 현재와 연결하게 한다.

『다시 보는 우리 것의 아름다움』은 문화·예술 전 분야를 망라하면서 인문학적으로 통합하여 사유하게 하는, 아울러 널리 알려진 예술품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보고 질문하게 하는 논리를 치밀하고도 쉽고 재미있게 펼쳐 보여준다.

수천 년 전부터 아름다움을 삶의 근본으로 삼았던 우리의 뿌리를 눈앞에 생생히 그려보면서, 우리의 미래가 나아갈 방향까지 내다보게 하는 책이다.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혼돈과 불확실성이 높아가는 이 시점에서, ‘살아갈 힘이자 살아온 삶 무늬’에 다름 아닌 아름다움의 길을 되걸어보기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추자.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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