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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답’으로 문법 교육을 혁신하라
‘토론·문답’으로 문법 교육을 혁신하라
  • 김홍범
  • 승인 2023.11.17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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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한국어 문법의 정석』 김홍범 지음 | 역락 | 528쪽

생각하는 문법과 생활 속의 개념을 반영
예제 문항으로 문제 중심의 교수법 제공

문법이 우리나라에서 학문으로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한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많은 국어학자들의 연구 업적이 축적됐다. 이제는 언어 번역기의 등장과 같이 사회생활에도 문법이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이르렀다. 

문법과 더불어 문법 교육도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간혹 문법 무용론이 등장할 만큼 문법 교육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적지 않은 대중이 이에 동조하기 때문이다. 이십여 년 전 문법 교육의 정상화를 목표로 한국문법교육학회가 창립돼 문법 교육의 내용·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어져 왔지만, 중고등학교·대학에서의 문법 교육에 대한 질적 평가는 여전히 긍정적이지 않다. 

글쓴이는 학교 문법이든 학문 문법이든 문법의 유용성과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기 위해서는 암기하는 문법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문법·생활 속의 문법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문법 지식이 단순한 선행 지식으로서 국어 사용 능력의 신장에만 기여하는 것을 뛰어넘어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고등 사고력’과 밀접하게 연관돼야 한다. 

‘고등 사고력’은 다양한 사고력을 통합하는 것으로 비판적·창의적 사고력·메타 인지를 구성 요소로 하기 때문에 문법 내용 기술과 문법 교육의 바탕이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고등 사고력과 더불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기’를 통해 사고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함으로써 학습자들의 탐구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문법을 공부하는 학습자들은 줄글로 설명이 되어 있는 문법서의 내용 중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외우는 방식으로 학습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줄글 형식의 책에 대한 흥미도도 높지 않다. 글쓴이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해 오던 중 문법책의 새로운 구성과 교수법을 구안했다. 이러한 과정과 동기를 바탕으로 예제 문항 중심의 교수법을 반영한 『한국어 문법의 정석』을 집필했다. 

이 책에서 제시한 ‘예제’들은 범용 문법이라 할 만하기 때문에 학습자의 목적과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제 문항을 통한 문제 중심의 교수 학습 방법은 문법 지식을 효율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교수 학습 자료를 제작하는 방법을 습득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하다. ‘예제’를 해결해 나가는 절차는 교과 교육학적인 요소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크게 염두에 둔 것은 문법 과목을 꺼리는 학습자들도 접근이 가능하도록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자 하였다는 점이다. 아울러 학습자의 학습 능력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기술했으며, 자기 주도적 학습 또한 도전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예제 문항 중심의 문법서를 집필하게 된 배경은 그동안 두 가지 교수법을 강의 시간에 실행해 본 경험이다. 한 가지는 토론 교수법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문답법이다. 학문적 논쟁거리 중심의 아카데미식 문법 토론 교수법과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활용한 문법 교수법을 통해 정보 습득과 지식 구성 능력을 증진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오늘날의 지식 기반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 생성 능력의 바탕이 되는 창의성을 계발하는 방법에 주목해 왔다. 전 세계적으로 창의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글쓴이는 창의성을 계발하는 데 문법 교육이 적합한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방식의 문법 교육으로는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평가한다. 생각하는 문법의 개념이 반영된 문법 교육이어야 한다. 그동안 좋은 교수 학습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탐구 학습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탐구 학습을 실현할 자료가 풍부하게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 대안으로 이 책을 탐구 학습의 자료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홍범 
한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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