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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현·박부권 교수의 지상논쟁을 보고
손동현·박부권 교수의 지상논쟁을 보고
  • 교수신문
  • 승인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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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6 11:40:42

문성학 / 경북대·윤리교육과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 최근 교육학과에서도 윤리교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한 교육부의 조치를 두고 철학계와 교육학계 사이에 묘한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우리는 그 냉기류의 일단을 최근 교수신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교수신문 6월 19일, 7월 3일자) 손동현 교수와 박부권 교수의 지상 논쟁을 보면서, 윤리교육과 교수이기에 이 싸움의 관망자로 남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라는 최초의 타산적인 생각을 포기하기로 했다.

‘교육’이라는 이름의 차압 딱지
특혜는 없다? 박부권 교수는 “지난 1월의 교육부 고시로 인하여 교육학과가 받은 특혜는 사실은 전무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구·경북의 모 대학의 경우는 2001년도 전학기부터, 다른 모 대학의 경우는 2000년 후학기부터 고시안을 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박교수가 속한 동국대 교육학과의 경우 현재까지는 혜택을 받은 것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부 고시안대로 시행되기만 하면, 교육학과 입학생들도 도덕·윤리교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게 되는데, 어찌해서 특혜가 없단 말인가? 고시안에 의하면 교육학과 학생들도 윤리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윤리학 관련 학점을 42학점이나 따야 하며, 따라서 도덕·윤리 교사 자격증을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는 것이 되므로, 특혜가 아니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 되리라. 문제는 교육학과가 과연 윤리교육과의 유사 학과로서, 그 자체의 교육과정 안에 윤리교과 관련 과목을 42 학점 이상 될 정도로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아무리 살펴봐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교육학과는 윤리교육과의 유사학과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교육학과 커리큘럼 안에 42 학점 이상이 되도록 개설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하면, 특혜시비는 잠재울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먼저 교육학과라는 간판을 내려야 할 것이다.
‘교육’이란 글자는 차압딱지다. 박부권 교수는 “윤리·도덕의 본질을 밝히는 철학의 논리와 윤리·도덕성의 형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교육의 논리는 그 구조부터가 다르다”고 말하면서 교육학과 출신이 도덕·윤리 교육을 담당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이 말은 풀이하기에 따라서는 교육학과만이 도덕 교육을 맡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어쨌건 이런 말의 배후에 전제된 가정은 ‘교육’(방법)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것은 다 교육학과의 영토라는 것이다. 물리학자는 물리학 지식을 갖고 있지만, 그 지식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것은 교육학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 논리를 윤리교육에도 적용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모든 것이 다 교육학과의 영토에 편입될 것이다. ‘화학’에다 ‘교육’자를 붙이면, 그것은 교육학과에서 맡아야 된다. ‘교육’자는 일종의 차압딱지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교육학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는 교육학과 교수가 있을 수 있다. 왜 그런가? 그 교수는 자기가 가르치는 과목의 내용을 충분히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방법과 교육내용의 이분법적 구분은 설득력이 없다. 의자를 실제로 잘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의자를 잘 만드는 방법을 연구할 수 있고 또 교육할 수 있는 것이다.
교과 중심의 윤리교육은 불필요하다? 박부권 교수는 지금까지의 도덕·윤리 교육이 파행적이었음을 지적한 뒤, 윤리교과를 없애는 것이 옳음을 암시한다. 이제까지 윤리 교육을 맡아야 할 당위성을 내세우던 교육학계가 오늘같이 윤리교과를 없애자고 하니 이 무슨 논리의 비약이며, 학문적 독단인가? 지금까지의 윤리교육이 파행적으로 실시됐으니, 민주화된 시대에 어울리는 제대로 된 윤리교육을 실시하자고 해야 이치에 맞는 일이 아닌가? 제대로 된 윤리교육은 교과로서의 윤리교육을 없애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교육학계의 독단과 오만이 아니고 무엇인가? 필자의 성급한 직관, 조급한 판단을 나무랄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6차 교육과정 개편 때에도 교육학계 인사들은 윤리과목을 없애버리려 했었다.

꼬리만 떼주고 생명 살리는 도마뱀 전법

꼬리만 주면 살려주겠다? 철학계에서 반발하기 이전인 이미 작년 여름에 전국의 윤리교육과 교수들도 교육부에서 계획한 그런 조치가 교육학과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됨을 지적했으며, 급기야 교육부의 그 계획에 반대하는 전국 윤리교육과 교수들의 서명을 받아 교육부를 항의 방문한 일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필자는 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교육학계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윤리교육계의 어떤 교수 한 분은 “교육학과 출신들도 도덕·윤리 교사 자격증을 받아간다면, 교육과정 개편 때마다 칼자루를 쥐게 되는 교육학과 교수들이 자기 제자들이 맡아 가르치는 과목을 없애지는 않을 것이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꼬리만 떼어주고 생명을 건지는 도마뱀 전법을 구사하자는 것이다. 만약 교육부가 차후에라도 도덕·윤리 교과를 없앤다면, 그것은 모종의 음모적 논의가 실제로 있었음을 증명하는 일이 됨을 필자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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