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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문화정치
감정의 문화정치
  • 김재호
  • 승인 2023.11.07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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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아메드 지음 | 시우 옮김 | 오월의봄 | 568쪽

사회는 왜 이다지도 변하지 않는가?
변화의 가능성은 있는가?

감정의 문화정치가 하는 구조적 모순을 인지하고 있어도 사회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권력관계는 집단적인 저항에도 완고하게 지속되는 것일까? 사라 아메드는 그 이유를 ‘투자’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즉 우리가 사회적 규범에 계속 ‘투자’하기 때문에 이 세계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이상과 일치된 삶(‘우리가 아는 모습의 삶’)을 추구하고, 이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자본주의, 이성애주의, 국가주의 등을 이상적인 사회 규범으로 여긴다. 이것을 추구하는 것이 다음 세대의 행복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간주한다. 이 규범이 유지되도록 우리에게 달라붙어 있는 감정들을 쉽게 떼어놓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감정의 문화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있을까? 변화의 가능성은 있을까? 사라 아메드가 말하는 대안은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 내가 느낀 여러 감정이 다양한 세계를 정의할 수 있다는 것, 분노하고, 고통을 느끼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평범한 것에서 경이를 느끼는 것. 이런 감정적 여정을 밟으면 주체와 집단의 관계가 새롭게 재정립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우리의 미래로 만들기 위해 정치적 행동에 나서는 일에 희망을 걸고 있다. “희망은 우리보다 언제나 앞서 있는 미래를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우리에게 이야기한다.”(394) 무엇보다 우리가 뿜어내는 감정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살펴보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왜 우리는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가? 왜 ‘페미니즘’이란 단어만 들어도 혐오와 증오의 감정을 내뿜는가? 왜 중국과 북한을 증오하는가? 왜 외국인노동자를 혐오하는가? 이런 감정들이 어떻게 우리 안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그 역사와 사회구조를 되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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