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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2 벽
SF 보다 Vol.2 벽
  • 김재호
  • 승인 2023.11.07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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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 외 5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88쪽

〈SF 보다〉 시리즈 두번째 책의 주제는 ‘벽’이다. 벽은 공간의 둘레를 막는 데 쓰이는 건조물이며,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나 관계 등의 단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표현으로도 사용된다. 이처럼 무언가를 차단하고 제한하는 것이 벽의 쓰임이지만, 상상의 영역에서만큼은 그 반대의 역할을 수행한다.

상상력은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부분, 무언가에 의해 가려진 이면, 경험해본 적 없는 미지의 일에 의해 자극되기 때문이다.

벽을 마주한 이는 그 ‘너머’를 궁금해하기 마련이고, 나아가 안과 밖, 이쪽과 저쪽, ‘너’와 ‘나’를 가름하는 기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과 의문은 역설의 틈을 파고들고 사유의 벽을 넘어뜨리며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힌다.

벽은 나누고 막고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인류의 유구한 역사가 이를 증명하며, 어쩌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그러나 벽은 반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스토리텔링 이론에서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은 몇 단계로 압축된다.

그중 중요한 단계는 영웅이 현실에서 비현실로 넘어가는 순간인데, 우리는 이 지점을 문지방threshold이라 부른다. 현실과 비현실, 일상과 모험 사이에는 언제나 (비록 문지방처럼 야트막할지라도) 벽이 세워져 있고, 이를 넘는 행위는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을 의미한다.

문지방 너머에는 새로운 세계, 주인공을 필요로 하는 낯선 우주가 기다리고 있다. - 문지혁, 하이퍼-링크 「넘을 수 없는, 넘어야 하는」에서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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