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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발달까지 이례적 ‘엘니뇨’, 기세 꺾였나
시작부터 발달까지 이례적 ‘엘니뇨’, 기세 꺾였나
  • 김재호
  • 승인 2023.11.0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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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욱 한양대·함유근 전남대 교수 연구팀

가뭄·산불 등에 영향을 끼친 ‘엘니뇨’의 기세가 꺾였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3년간 지속된 라니냐로 서태평양 지역에 축적된 높은 열용량 등으로 인해 기록적으로 강하게 발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23/24년 엘니뇨’가 예상만큼 강하게 발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한국기상학회 가을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예상욱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교수(해양융합공학과)와 함유근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23/24년 엘니뇨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예 교수 연구팀은 지난 3년간 지속된 라니냐가 끝나고, 올해 봄철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23/24년 엘니뇨와 연관된 다양한 해양·대기 변수의 특성을 살펴봤다. 그 결과 다가오는 겨울철 최성기에 접어드는 엘니뇨가 역대 가장 강했던 엘니뇨(1982/83년, 1997/98년, 2015/16년) 만큼은 발달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역대 강했던 엘니뇨들만큼 발달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하지만 엘니뇨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편서풍 돌진(Westerly Wind Burst) 강도의 약화와 봄·여름철 열대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 상승 등이 열대 태평양 서풍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인해 당초 예상했던 강도보다는 약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아울러, 연구진은 예상만큼 강하게 발달하진 않겠지만, 이번 엘니뇨의 영향으로 올겨울 우리나라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 교수는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기후와 엘니뇨의 상관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엘니뇨의 특성과 나아가 기후변화에 따른 엘니뇨 특성 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예상욱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교수(해양융합공학과)와 함 유근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다. 사진=한양대·교수신문

 

열대 지역 강수와 대기 순환 장의 반응

함 교수도 9월 이후에 엘니뇨 발달 속도가 정체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해수면 온도 증가에 대한 열대 지역 강수와 대기 순환 장의 반응이 예상보다 약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번 엘니뇨는 여름철(6·7·8월 평균)을 기준으로 했을 때, 1980년 이후 역대 4번째에 해당하는 강도로까지 발달했다. 하지만 9월 이후 발달이 정체되고 있다. 연구팀은 발달된 해수면 온도 대비 열대 태평양의 강수와 순환 장의 반응이 약해 엘니뇨 발달에 필수적인 양의 되먹임 작용이 강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 발달 정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상황을 반영해 딥러닝 기반으로 예측한 엘니뇨의 최절정기 강도는 ‘Nino3.4 지수’ 기준 2.0 정도로 1982/83년, 1997/98년, 2015/16년의 강도보다는 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Nino3.4 지수는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5°S~5°N, 170~120°W)의 월평균 해수온 편차를 3개월 이동 평균해 나타낸 지수이다.

함 교수는 “가을철은 통상 열대 해수면 온도에 대한 강수와 대기 순환 장의 반응이 가장 강한 계절이다. 올해와 같이 가을철에 대기 반응이 둔감하게 나타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지구 온난화에 의해서 엘니뇨 시기 대기 변수의 반응이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있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와의 관련성보다는 태평양 장주기 변동 등 다른 요인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함유근 교수 연구팀의 결과다. 딥러닝 기반 엘니뇨 지수 예측 결과. 검정색이 관측된 엘니뇨 지수이며, 빨간선이 예측치. 최절정기 엘니뇨 지 수 강도를 2.0 미만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지=한국기상학회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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