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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국립인구학연구소 만들었던 이유
프랑스가 국립인구학연구소 만들었던 이유
  • 김재호
  • 승인 2023.11.06 09:0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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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회 전국역사학대회 ‘역사 속의 인구변동’
“인구문제, 역사학의 큰 화두로 자리 잡아”

“가족수당은 결과적으로 영아 사망률을 낮추고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1946년 프랑스에서 창간된 학술지 『인구』 에는 이 같은 내용이 논평으로 실렸다. 노동자 중에 자녀가 있거나 없는 경우에 차별을 두지 않았으면서도, 가족이 있다면 구제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서강대에서 이틀간 열린 제66회 전국역사학대회에서 민유기 경희대 교수(사학과)는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프랑스 역사학계의 기여: 20세기 중반 역사인구학 연구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민 교수는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20세기 전환기 유럽 꼴찌에서 21세기 초 유럽 1위까지 변화했다”라고 말했다. 

23개 학회가 참여한 제66회 전국역사학대회는 ‘역사 속의 인구변동’을 다뤘다. 사진=제66회 전국역사학대회 협의회

프랑스의 사례로부터 배울 수 있는 건 인구문제의 핵심이 결국 ‘돈’이라는 사실이다. 즉, 국가적 차원에서 양육을 위해 예산을 지원하고, 학제간 연구를 통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민 교수는 “20세기 전환기 이래 국가적·사회적 차원에서 인구위기에 대응해왔고 그 일환으로 1945년 설립된 국립인구학연구소(INED)의 활동이 이런 현상에 도움을 주었다”라며 “프랑스에서는 인구문제에 대한 과학적 이해는 학제간 연구를 중시했고, 특히 과거 인구에 대한 종합적 분석과 이해를 추구하는 역사학이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과거 인구변동의 생물학적·제도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심성적 원인 연구는 현재 인구를 위한 각종 사회정책과 미래 인구의 구조에 대한 전망 설정에 도움을 주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은 ‘인구’문제, 특히 노화를 다루는 국립연구소가 없다. 올초에 연구소 설립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불발됐다. 일찍이 저출산·고령화에 접어든 일본은 인구정책을 만드는 국립연구소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명대 수준이다. 전대미문의 저출산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자동 육아 휴직제’마저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총 23개 학회가 참여한 이번 전국역사학대회는 ‘역사 속의 인구변동’을 주제로 삼았다. 계승범 서강대 교수(사학과)는 “오랜 세월을 돌고 돌아 66년 만에 드디어 ‘인구변동과 사회’라는 공동 주제를 선정한 것에 다소 만시지탄은 있다”라며 “그래도 이제는 인구 문제가 역사학의 큰 화두로 분명히 자리를 잡았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전국역사학대회협의회장이자 한국서양사학회장인 박단 서강대 교수(사학과)는 <교수신문>과 인터뷰에서 저출산·고령화가 노동인구의 차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인지에 대해 “인구감소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 특히 무슬림 이주민 문제도 국내에서 시급한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라며 “고대부터 현대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구의 급증이나 급감, 이민족의 대규모 침입 혹은 유입에 의한 인구변동은 중요한 역사적 변화를 추동했다”라고 말했다. 

 

거의 모든 역사로서의 ‘인구사’…노동력·생활조건이 핵심

이번 전국역사학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프랑스가 저출산을 극복한 방법이다. 프랑스는 1945년 국립인구학연구소(INED)를 전 세계 최초로 설립했다. 이곳에선 계량적 역사분석을 시도하는 아날학파 등이 역사인구학 차원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민유기 경희대 교수(사학과)는 “역사인구학은 과거 인구를 대상으로 인구 변동의 세 가지 기본 구성 요소인 출산, 사망, 이주 관련 다양한 통계를 계량화하고 정량적으로 분석함과 동시에 이러한 구성 요소가 만들어내는 결혼, 가족관계, 사회경제적 지위, 문화와 집단심성 등을 정성적으로 분석한다”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역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인구가 변동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인 1920년부터 출생이 사망보다 많아졌다가, 다시 1935년부터 사망이 출생보다 많아졌고 이런 현상은 1944년까지 이어졌다. 1920년의 출생아는 83만8천여 명이었으나 1936년에는 63만4천여 명이었다.” 그러다가 2019년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1.83명을 기록했다. 

프랑스는 1930년대부터 가족수당을 의무화하는 가족법을 추진했다. 가족법은 총 167개 조항으로 △가족지원 △가족보호 △세제 혜택 △세제 외 각종 혜택 4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민 교수에 따르면, 가족법은 출산장려금, 가족수당, 주부수당 등 출산과 양육에 대한 공적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가족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6년에 만들어진 통합적 사회보장 제도와 연계됐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이념적 대립도 발생했다가 가까스로 봉합됐다. “우파는 국가주의적 시각에서 출산 증가과 가족을 중시했고, 좌파는 인구문제를 노동·공중보건·이민 등과 연계된 진보적 사회개혁 차원에서 인식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레지스탕스 경험을 통해 구축된 좌우 협력은 전후 인구문제에 관한 논의에서 별다른 이견이 생기지 않게 했다.” 

민 교수는 “다른 선진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발생한 베이비 붐이 멈춘 이후에도 프랑스에서의 출생은 지속해서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인구의 양적·질적 발전은 동시에 추구되어야 하며, 이는 공중보건·사회보장·이민·일자리·주택·생활조건 등 경제·사회 제반 문제와 연동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재현 목포대 교수(사학과)는 민 교수의 발표에 대해 토론했다. 정 교수는 질문하는 역사학을 요청했다. 역사인구학은 기본적으로 정책학이며 미래의 인구와 사회 구조의 변화 예측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래를 예측하거나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양적·질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과연 인구 문제와 관련해 역사학이 해야 할 근본적인 역할이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정 교수는 “‘인구 위기’가 역사 속에서 무수히 존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9∼20세기에 이뤄진 ‘인구 정책’의 출현은 분명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할 수는 없다”라며 “이는 이 시기에 와서 국가가 인구를 통치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사회경제적 토대 바꾸는 인구변동

“어떤 면에서는 역사학으로서의 인구사는 ‘거의 모든 역사’를 망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승범 서강대 교수(사학과)는 「인구변동과 사회」 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계 교수는 “역사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환경·생태사나 기후사에서도 결국에는 ‘사람들’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인간조차 상대화하려는 일부 지구사 연구자라도 ‘사람들’을 소략하게 다룰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인구변동은 사회경제적 토대를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 14세기 유럽을 초토화한 흑사병은 인구를 급격히 감소시켜서 농업의 생산 기반을 무너뜨렸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17세기에 인구가 포화 상태였다. 계 교수에 따르면, 노동력보다 토지가 희소해져 더욱 중요해졌고, 토지 소유의 불균형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공전제 등 토지 개혁의 목소리가 높았다.  

계 교수는 현재의 한국사회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현대 한국의 결혼 기피 추세와 출산율 급감, 최고의 자살률, 초고속 노령화, 인구절벽 우려 등은 인류 역사상 평화 시에 발생한 유례없는 현상이다”라며 “불과 40년 전만 해도 산아제한을 공식적으로 추진하던 나라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급격한 변화다. 아울러 21세기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단순히 한국사회의 문제를 넘어 세계적인 이슈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제66회 전국역사학대회 ‘역사 속의 인구변동’가 서강대에 서 이틀간 열렸다. 이날 총 23개 학회가 참여해 공동 주제와 분과별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사진=제66회 전국역사학대회 협의회

  

다산다사는 후진적 인구현상일까

아시아의 조혼 경향을 바라보는 서구적 시선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손병규 성균관대 교수(동아시아학과)는 「인구변동은 한국사 장기변동에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를 통해 “서구적 근대화의 관점에서 당시 동아시아의 ‘조혼’(早婚) 경향은 다산다사의 후진적 인구 현상을 초래하는 요소로 비판의 여지가 많았다”라며 “그러나 아시아 및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조혼 현상은 일반적이며, 오히려 서유럽과 일본의 경우가 예외적이라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18∼19세기 서유럽의 초혼 나이는 25∼29세로 추정된다. 반면, 중국은 조혼이 많아 출산력 제어가 어려웠다는 기존의 평가가 있었다. 

조혼 문화가 있었지만, 출산을 늦추기 위한 문화가 중국에도 존재했다. 한국에서는 상층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빨리 했다. 하지만 그 외에 계층은 혼인을 늦게 하고 아이도 나중에 낳았다. 왜냐하면 일할 사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먹고사는 노동력이 제일 중요했던 셈이다. 『동의보감』에서도 출산력을 억제하는 피임과 낙태의 약제가 등장한다. 손 교수는 “최소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인구 조절의 노력과 그 효과가 부분적으로나마 확인됐다”라며 “사회불평등이 현재의 인구 현상에 핵심적인 문제임은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추운 기후 역시 인구 증감에 영향을 끼쳤다. 손 교수는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단성 지역의 안동 권씨들은 주로 겨울과 봄에 높은 사망률 피크를 보였다”라며 “한국의 경우에는 식량 부족으로 인한 기근보다 추위가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인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끔찍한 일이지만, 영아살해 특히 여아 살해도 인구조절의 수단으로 활용됐다. 손 교수는 “동아시아 역사인구학 연구는 전근대 중국과 일본, 인도 등지에서 발견되는 인구 조절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영아살해’, ‘여아살해’를 제기한다”라며 “출산 직후의 아이를 살해하는 것은 산모의 생명을 보장하는 일종의 ‘낙태’로, 당시로서는 예방적이고 도덕적인 인구억제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시대에 영아 살해의 기록은 없지만, 남몰래 아이를 내다 버린 ‘기아’(棄兒) 사례는 있다. 손 교수는 “영아살해에 비견될 수 있으나 이에 대해 기아를 데려다 키울 경우에 수양자녀나 노비로 삼는 것을 허락하는 법제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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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3-11-06 15:31:42
주권과 대학학벌을 수호하고자 합니다. 대중언론.사설 입시지를 통하여 국사 성균관자격 성균관대에, 주권.자격.학벌없이 대항해온 경성제대 후신 서울대 및 그 추종세력들의 도전을 막기 위함입니다.

윤진한 2023-11-06 15:30:48
참석.@교과서자격 안변함. 국사 성균관(성균관대), 세계사 한나라 태학,국자감(원.명.청의 국자감은 경사대학당,베이징대로 승계), 볼로냐.파리대 자격은 변하지 않아왔음. 한국 최고(最古,最高)대학 성균관대. 국내외에서 6백년 넘는 역사를 인정받고 있는 성균관대. Royal대임. 세계사의 교황반영, 교황윤허 서강대는 국제관습법상 성대 다음 Royal대 예우.

헌법,국제법, 학교교육 교과서의 교육내용은 가장 표준적이며, 가장 보편적인 학술근거입니다. 국사(성균관, 해방후 성균관대로 정통승계), 세계사(한나라 태학, 위 태학, 그 이후 나라들의 국자감, 원.명.청의 국자감은 이후 경사대학당과 베이징대로 승계), 교황성하의 신성성 지속,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볼로냐,파리대학등의 전통과 자격을 반영하여, 주권과

윤진한 2023-11-06 15:30:10
길을 거쳐야 했습니다. 헌법이나, 국제법, 한국사, 세계사의 자격은 대중언론.입시지의 준동을 아랑곳 하지 않는 특질을 가졌습니다.또한 주권.학벌이 없는 서울대와 추종세력의 약탈을 인정해 줄수도 없습니다. @세계적 법체계는 대륙법 중심의 성문법과, 영.미법 중심의 판례를 따르는 영.미법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근대세계의 지배세력이던 서유럽의 대륙법은 국제법의 표준이고, 영.미법은 영.미권 영향력이 강한 나라들에서 민사나 상사쪽으로 중요한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각 국가별 헌법이나 주권이 같이 작용하고 있습니다.필자는 성균관대 출신입니다.@.*성균관대,개교 6백주년 맞아 개최한 학술회의. 볼로냐대(이탈리아), 파리 1대(프랑스), 옥스포드대(영국), 하이델베르크대(교황윤허,독일),야기엘로니안대(폴란드) 총장등

윤진한 2023-11-06 15:29:34
신학(지역에 따라 유학,종교학), 법학, 의학 및 문.사.철은 아주 전통적인 대학의 학과들입니다. 학구적이고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예수회(귀족출신 이나시오 사제가 창립)산하 서강대는 정말 학구적인 대학입니다. 필자는 성균관대 출신입니다. 헌법, 국제법, 한국사, 세계사는 한국 고교교육을 거치고, 대학에 진학하면, 평생동안 가장 합법적이고 보편적인 가치기준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고려 국자감.성균관을 계승하여, 1398년에 조선을 건국하신 태조(이성계)께서, 1398년에 숭교방(崇敎坊,현재의 행정구역으로는 명륜동1 · 2 · 3가 · 혜화동 각 일부에 해당)에 성균관 건물을 준공하셨습니다. 그 이후 태종께서 왕세자의 입학을 명령하신후, 조선의 왕세자들은 성균관에 입학해서 공부한 후, 국왕이 되는 학문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