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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화의 중심에 서다
여성, 영화의 중심에 서다
  • 김재호
  • 승인 2023.10.31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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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산 외 7인 지음 | 도서출판 동인 | 304쪽

10여 년 전만 해도 구미 선진국 아니면 국내 일부 극렬 여성들의 관심거리로만 간주되었던 페미니즘이 모두의 언어가 되었다. 페미니즘이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깨달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페미니즘은 일촉즉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민감한 화두가 되었다. 그러나 막상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어떤 역사적 과정과 사회적 배경을 거쳐서 오늘날 회자하게 되었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페미니즘이 사회, 문화, 경제, 정치 등 삶의 전 영역에서 양성평등을 지향하고, 성차별과 불평등을 종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에는 다 동의할 것이다.

이 책은 여성이 중심에 서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페미니즘이 갖는 다층적 지향점을 제시하고, 그 지난했던 발전 과정 및 혜안을 가졌던 선구자들의 비전과 이름 모를 여성들의 아픔을 나누고자 기획되었다. 이 작업에 대중 매체인 영화가 큰 도움이 된다. 2시간이라는 러닝 타임 동안 페미니즘 운동의 중요한 역사적, 의미적 모멘트를 압축해서 보여줄 수 있기에 유용하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는 핵심적 정보를 화려한 영상미와 웅장한 청각 효과를 활용해 관객에게 공감각적으로 호소할 수 있다.

따라서 책보다는 영상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에게 영화는 페미니즘의 역사와 목표 지점을 제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주된 목표는 여성이 중심에 서 있는 영화를 통해 시대와 사회 속에 나타난 페미니즘의 지향점과 의미를 더 잘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총 15편의 영화[서구 영화 11편 (스위스 1편, 영국 1편, 미국 9편), 한국 영화 3편, 중국 영화 1편]를 다루는 이 책은 크게 영화를 ‘시대 속 페미니즘’과 ‘사회 속 페미니즘’으로 분류하였다.

1부 <여성, 시대를 만들다>의 경우, 그 시대상을 설명하고 위대한 여성들이 시대에 정면 도전해 어떻게 혁신과 변혁을 성취하였는지, 또는 희생당하면서도 변화의 흔적을 남겼는지에 주목하였다. 더불어 영화 속 인물과 사건이 페미니즘 발전 과정에서 갖는 의미를 들여다보았다.

2부 <여성,사회를 열다>에서는 영화의 주제와 인물들의 관계에 방점을 찍으면서 현대 가부장제 사회 안에서 사회와 여성, 여성과 여성, 남성과 여성의 관계 속에서 페미니스트적 삶이 어떻게 모색되고 구현되었는지를 짚어본다. 제2 물결 페미니즘 이후, 성평등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21세기 가부장제의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또한 앞으로 나아갈 페미니즘의 방향에 대한 심층적 고민과 조심스러운 전망을 더한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열차의 도착> 이후, 영화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영화사 전반기에 주변부에서 남성을 돋보이게 하는 희생자, 악녀, 성적 대상, 희화화된 인물로 그려졌던 여성들이 이제는 영화의 중심이 되어 서사를 이끌어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여전히 여성의 삶의 현장이 양성평등의 고지에 올라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 담긴 15편의 영화를 통해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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