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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으로 달콤하게
결핍으로 달콤하게
  • 김재호
  • 승인 2023.10.3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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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 지음 | 박서영 옮김 | 민음사 | 320쪽

천재 시인이 보여준 은둔자의 풍성한 삶!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 에밀리 디킨슨 서간집 『결핍으로 달콤하게』가 출간되었다. 미국 시를 전공한 박서영 박사에 의해 국내 최초 번역되었다. 디킨슨은 신을 믿었지만 청교도 신앙의 경직성에 저항했고, 친근한 일상의 소재에 생명과 죽음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담았다.

전통과 동시대에 대한 이해가 모두 깊은 만큼 비판의식이 강했지만, 오히려 부드러운 표현과 긴장을 이루며 아름다운 미학적 바탕과 시적인 힘이 되었다. 여러 출판 관계자들로부터 시집을 내도록 권유받았지만 명성의 허망함에 대해 근원적인 반발심을 보였다. 그래서 미문학사에서 뒤늦게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20세기 현대적인 감성을 열어젖히는 데 가장 탁월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시 분야에서 베스트셀러다. 학자와 대중 모두를 사로잡은 이 매력적인 시인은 은둔자가 되어 집 밖을 나가지 않기 위해 심지어 사랑하는 아버지의 장지에도 가지 않았다.

그러나 『결핍으로 달콤하게』는 시인의 물리적 공간이 제한적이었다고 해서 결코 그녀의 지성과 상상력이 제한된 것은 아니며 그녀의 은둔은 오히려 내면에 품은 큰 우주를 더욱 확장시켰음을 알게 해주는 증거 자료이자, 독자에게 시인의 삶 자체가 하나의 시 작품과도 같다는 느낌을 전함으로써 그녀의 시를 더욱 풍성하게 읽어낼 수 있도록 해주는 훌륭한 산문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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