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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 실패 용인하고 장기 투자 장려하는 제도 중요”
“단기적 실패 용인하고 장기 투자 장려하는 제도 중요”
  • 김봉억
  • 승인 2023.10.26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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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순 박사, 울산대 반도체학과 석좌교수로..."온실가스 연구"
임지순 교수가 울산대 석좌교수로 임용된 뒤 울산에서의 교육 및 연구활동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울산대

고체물리학 분야 세계적 석학인 임지순 전 포스텍 석학교수(72세·사진)가 울산대 반도체학과에 석좌교수로 영입됐다. 

임 교수는 1998년 탄소나노튜브 연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2011년 한국인으로서는 세 번째로 세계 최고의 학술단체로 인정받는 미국과학학술원(NAS) 회원이 됐다. 1996년 한국과학상, 2004년 인촌상, 2007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과 포스코 청암상, 올해 삼성 호암상까지 수상했다.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노벨상보다도 많은 1억 달러(1,325억 원)의 상금을 엑스프라이즈재단에 기부해 현재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라’라는 4년짜리 장기 프로젝트 경연대회가 진행 중이다. 임 교수는 이에 도전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격리하는 혁신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울산대는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울산에 소재한 대학으로,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제거 기술 역량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임 교수를 이번 학기에 영입했다.

임 교수는 다음달 2일 울산대 반도체학과 콜로퀴움에서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을 주제로 강연한다. 기후대응 기술이 세상을 구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양자 컴퓨터, AI 기술도 소개할 예정이다. 이어 같은 달 29일에는 울산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기술 멘토와의 만남’에서 자신의 연구 경험담을 통해 ‘재미있는 과학’을 선사한다.

임지순 울산대 석좌교수

다음은 임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울산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울산대가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도시에 자리 잡고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주력 연구 과제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제거하는 연구를 실제 응용 단계로 올리기 위해서는 울산의 환경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 울산 시민사회와 산업체를 위해서도 역할이 기대된다. 
“탄소 감축을 위해서 시민사회와 대기업이 함께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 반도체 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울산 글로벌 기업에는 반도체 수요가 많은 점에 주목한다. 울산대의 역량을 동원하고 세계적 기관과 국제 협력도 아울러 추진해 울산에서 장래 유용하게 쓰일 첨단 반도체도 개발하고자 한다.”

△ 전 세계 이산화탄소 제거 경연대회인 ‘엑스프라이즈’에 70대의 나이로 지원서를 냈다. 어느 정도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전 세계에서 5천여 개 팀이 예비 등록했고, 이 가운데 287개 팀이 본선 진출 자격을 얻었다. 나는 2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제출해 모두 본선에 진출했다. 하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신물질을 개발한 것인데, 원리는 초미세 구멍을 지니고 있는 물질에 이산화탄소를 흡착시키는 방식이다. 이 물질에 대한 특허도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등록을 완료했다. 또 하나는 해양 식물인 우뭇가사리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포집 및 연료화 기술이다. 본선에서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격리하는 것을 실증해 보여야 하는데, 이러한 설비를 갖춰 우리나라 기술력을 증명해 보일 각오이다.”

△ 경기고 전교 1등, 대입 예비고사 전국 1등, 서울대 본고사 전체 수석을 차지하며 ‘천재’라 불렸다. 
“극소수의 타고난 천재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호기심과 집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과학 분야에서는 호기심이 면학의 원동력이다. 누구든 좋아하는 일에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하다 보면 성과가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

△ ‘초등 의대반’이 생길 정도로 어린 학생들이 의학 분야로만 몰리면서 이공계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공계에 우수 인력이 모이도록 하는 방안이 있는지?
“직업 안정성의 문제이므로 쉬운 해결책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사회가 급변하고 있고 장래 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첨단 바이오헬스, 기후위기 해결책 등 과학기술에 대한 수요가 엄청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단기적 실패를 용인하고 장기적 투자를 장려하는 국가제도적 장치 및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우리 젊은이들이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많은 이공계 분야를 선택해 개인뿐만 아니라 인류사회를 위해 커다란 성과를 내기를 바란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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