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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미술사 1945-1962
재일조선인미술사 1945-1962
  • 김재호
  • 승인 2023.10.24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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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름 지음 | 노유니아·정성희 옮김 | 연립서가 | 511쪽

우리가 잊고 있던 또 하나의 우리 미술사!

이 책은 한반도에 뿌리를 두었지만 옛 식민지 종주국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해방 후 약 15년간 펼친 표현 활동과 생활의 기록이다. ‘자이니치조센진’이라고 불렸고, 스스로를 ‘재일조선인’이라 불렀던 그들은 누구에게 무엇을 호소하고자 작품을 만들었을까? 저자는 한두 명 ‘스타 작가’의 ‘걸작’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형’ 조선인 미술가‘들’이 점점이 뿌려놓은 흔적을 추적하여 선으로 이었다.

1962년이라는 특이한 시기 설정은 그해 발행된 『재일조선미술가화집』으로 연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저 스르륵 넘겨보고 말았을 빛바랜 화집 한 권을 자신의 연구 대상으로 마주한 저자는 액자와 캔버스에 담긴 유화뿐만 아니라 판화, 삽화, 표지화, 만화, 무대미술, 그리고 소수자의 언어를 지키며 끈질기게 펴냈던 신문 기사와 팸플릿을 넘나든다.

그 결과 우리는 해방, 제주 4.3사건, 한국전쟁, 4.24 한신교육투쟁, 귀국운동, 4.19 혁명 등 한반도와 일본의 격동 한가운데서 분단과 억압을 극복하고자 했던 미술가들의 조형적 연대 활동을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문헌 조사는 연구의 시작에 불과했다. 저자 백름은 주변 네트워크를 총동원하여 생존한 재일조선인미술가와 유족들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여 그들을 역사의 증인으로 불러 세운다.

나아가 재일코리안미술작품보존협회(ZAHPA)를 설립하여 훼손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작품을 수집·보존하고 있다. ‘대한민국’, 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적과 일치하지 않는 ‘조선적’이라는 범주를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로 유지하며 살아온 재일조선인의 미술사는, 마이너리티인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면서 이제 우리 미술사 속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자 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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