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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일본의 역사인식
전후일본의 역사인식
  • 김재호
  • 승인 2023.10.24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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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재단정치외교검증연구회 외 10인 지음 | 산지니 | 352쪽

한일 간 정치와 외교를 가로지르는 논쟁적 주제,
역사인식 문제를 들여다보다

오늘날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는 동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외교 현안이 되고 있으며 한일관계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사회의 혐한 분위기, 거듭되는 정치인들의 망언, 한국 사회의 반일 감정 등도 모두 역사인식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2023년 3월,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한일관계의 개선을 위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를 계기로 2019년부터 이어진 양국 사이의 무역분쟁이 일단락되고,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 두 달 만에 방한하며 ‘셔틀외교’가 재개되었다. 이는 몇 년 전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다. 2019년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에 항의하며 WTO에 제소했고, 이후 정치·외교·사회·경제 전 분야에서 한일관계는 얼어붙었다.

당시 일본의 수출규제는 대한민국 대법원의 일본제철 강제징용 소송 배상 판결에 대한 조치였다. 이처럼 역사인식 문제는 정치·외교 관계, 더 나아가 경제와 사회 분야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책 『전후일본의 역사인식』은 2015년 8월 14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아베 담화’를 발표함에 따라 심각해진 한일관계와 중일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던 역사인식 문제를 정치외교사적 관점에서 재검증할 목적으로 간행된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전후 일본의 역사인식이 전전기(戰前期) 승자의 역사인식과는 다르게 “승자로서가 아니라, 가해자, 피해자, 패자로서의 인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이해는 “이 세 가지 인식의 관계가 파악될 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역사인식 문제가 국가 관계와 세계 정치를 움직이는 주요 역학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각국의 역사인식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 사이에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역사를 바라보는 역사인식의 문제는 지금 양국의 관계와 앞으로의 행보를 예측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이 책은 일본의 정치외교검증연구회가 10년간 진행한 학술 연구의 결과물로, 일본 내에서도 여전히 논쟁이 진행되고 있는 민감한 역사 문제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전후 일본이 밟아온 역사인식의 변화 과정은 앞으로의 한일관계, 더 나아가 동아시아 정세를 예측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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