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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 대입 개편안, 이과계열 대학교육 기반 붕괴될 것”
“2028 대입 개편안, 이과계열 대학교육 기반 붕괴될 것”
  • 김봉억
  • 승인 2023.10.1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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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학회, ‘2028 대입개편 시안’ 반대 성명
“이과계열 진학생은 ‘미적분Ⅱ·기하’ 모두 선택할 수 있어야”

 

박종일 대한수학회 회장

교육부가 지난 10일 내놓은 ‘2028 대입 개편 시안’에 대해 대한수학회는 문과계열을 지원하는 학생만을 고려한 시안으로 이과계열 대학교육의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수학회는 ‘미적분Ⅱ’와 ‘기하’를 수능 수학 과목에서 제외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2028학년도 수능에서 이과계열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미적분Ⅱ와 기하를 모두 선택하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수학회(회장 박종일 서울대 수리과학부)는 지난 16일 ‘이과계열 대학교육의 기반 붕괴와 과학·기술의 국가경쟁력 약화로 직결되는 ’2028 대입 개편안‘을 우려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미적분Ⅱ와 기하로 구성돼 있는 ‘심화수학’을 신설해 선택과목으로 추가하는 검토안을 추가로 제시하고 있지만, 국민의 의견수렴이라는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 쟁점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있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미적분Ⅱ와 기하는 이과계열 대학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목인데, 이를 ‘심화수학’이라고 새로 명명한 것은 뭔가 대단하게 어려운 것을 추가로 배울 것 같은 뉘앙스를 나타내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용어 선택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한수학회는 심화수학 신설 여부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심화수학을 절대평가로 할 것인지, 학력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상대평가로 유지하는 것이 나은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과계열 학과에서 심화수학을 중요한 지표로 활용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교육부는 이번 개편안을 발표하며 수능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를 해소해 공정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한수학회는 “현재의 문·이과 유불리 현상은 선택형 교육과정과 수능의 조화에 실패한 파행적 운영이 만들어낸 문제”라며 “수학에서는 정말 유불리가 있는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수학회는 “실체도 명확하지 않은 문·이과 유불리라는 빈대를 만들어 놓고는 이를 잡겠다고 수능이라는 집을 다 태워 버리겠다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심화수학 신설이 사교육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교육목표나 다른 교육적 측면은 상관없이 사교육 감소를 교육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사교육 문제의 본질은 대학의 서열화, 입시 과열 등 한국사회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대한수학회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육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려운 과목을 수능에서 빼야 고등학생이 행복해진다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정작 필요한 수학적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대학에서 고등학교 내용 보완 과정을 겪어야 하는 이과계열 대학생의 불합리한 상황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수학회는 “고등학교에서 미적분Ⅱ와 기하의 소양을 키우는 것은 21세기를 지배하는 과학기술 역량을 키위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미적분Ⅱ와 기하가 수능 과목에서 제외된다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표명했던 ‘문·이과 통합’이 결국 ‘이과 해체’와 다름 아니었음을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말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또한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과학기술 혁신 정책’에 역행하고, 과학기술의 국가경쟁력 약화에 직결되는 재앙적인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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