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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정의를 말하다
문학이 정의를 말하다
  • 김재호
  • 승인 2023.10.17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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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SKKUP) | 544쪽

동아시아 고전이 그려낸 인과응보의 서사
그 ‘시적 정의’에 대하여

정의로 가는 길을 모색하며
진실의 수사학을 발휘하던
전근대 동아시아 법문학 이야기


우리에게 정의(正義)와 공정(公正)은 과연 무엇인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이 난제를 동아시아의 고전들 속에서 성찰해보려는 시도가 이 책에 담겼다. 동아시아는 기나긴 역사만큼 법률의 기원 또한 오래되었고, 심오한 정의론 못지않게 공정에의 열망 가득한 서사 전통 역시 유구한 공간이었다. 익명의 대중들은 사법적 담론보다 인간적인 스토리에 기대어 불의를 고발했으며, 나아가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 있는 정의의 화신들을 창조해내곤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일찍이 예치(禮治)이념의 토대 위에 유교적 사법전통이 뿌리내린 중국과 조선 사회를 중심으로, 당대에 저술된 범죄소설, 법학서, 판례집 등 다양한 장르의 텍스트들을 소개하고 분석함으로써, 서구화되기 이전의 동아시아 사회가 법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하려 했는지, 그리고 그런 노력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짚어나가고 있다. 누스바움(Martha C. Nussbaum)의 ‘시적 정의(poetic justice)’를 화두 삼아, 여전히 미답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동아시아 고전문학 속의 법과 문학적 상상력의 관계를 탐색해낸 흥미로운 저작이다. 성균관대학교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서른여덟 번째 책.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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