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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 해외대학들, ‘생태교육’ 어떻게 하나
동향 : 해외대학들, ‘생태교육’ 어떻게 하나
  • 박수진 기자
  • 승인 2006.10.01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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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에서 석달씩 실습 … 文學부터 科學까지

□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이 운영하는 필드스테이션이 위치한 로몬드 호수.


한국은 ‘생태적 사고’가 아직 빈곤하고 사회의 학습수준도 낮다. 김종원 계명대 교수(녹지생태)는 “대구시는 수달이 나타나자 무려 1조 8천억원을 들여 ‘생태’ 복원 사업을 해놓고 그 주변에서 야행성 동물인 수달이 살 수 없게 만드는 ‘루미나리에 축제’를 개최하는 반생태적 행위를 연출한다”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숲이 울창한 곳에서도 비가 많이 오면 토사가 흘러내리는데 이것은 산림 당국이 숲을 조성할 때 키 큰 나무와 키 작은 나무가 층을 이루는 식물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태적’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라며 ‘생태적 사고 및 지식’ 결여로 일어나는 반생태적 일이 부지기수임을 비판했다.

이는 50년전 생태학이 생물학의 하위로 도입된 채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다가, 지금은 ‘생태 조경’, ‘생태 건축’ 등 기초지식을 건너뛴 채 타 학문과 접합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선진국에서는 생태학을 어떻게 교육하고 있을까.

오스트리아 빈대의 경우에는 생물학부가 있고 내부에 ‘식물생태 전공’, ‘동물생태 전공’ 등 생태 분야가 하나의 학과 수준으로 존재한다. 또한, 학부과정에 우리나라 석사급 수준의 강좌가 녹아 있다. 이 곳은 현장 교육을 중요시한다. 학생들은 지질, 지리, 기후 등 현장 교육에 필요한 기본지식을 모두 배운다.

빈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추연식 경북대 교수(생리생태)는 “강의실 수업이 많은 우리와 달리 자연체험 교육 등 실습의 비중이 높다”라고 설명한다.

일본 히로시마 대는 식물학, 균류학과 식생학이 강세를 보이는 대학이다. 히로시마 대학원에서 생태학을 연구할 경우 산림생태학, 해양생물생태학 등 기존의 순수생태학에 기초한 연구를 주로 하는 이학부, 환경동태에 관한 생태계생태학을 기후, 토양, 위성영상 등 타 학문분야와 함께 연구하는 종합과학부, 국제적인 환경개발과 생태복원, 경관생태계획 등 생태학과 더불어 사회, 경제, 교육, 문화 등 이학·공학·인문학의 다양한 각도에서 글로벌 환경정책을 연구하는 국제협력대학원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다. 히로시마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홍선기 목포대 연구교수(경관생태)는 “이학부로 입학해도 국제협력대학원 교수에게 교육을 받고 실험도 할 수 있어 ‘경계없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라고 말한다.

마니토바 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은주 서울대 교수(식물생태)도 ‘열린 학문 여건’을 마니토바의 장점으로 꼽는다. 한국의 경우 각 대학의 개별 실험실 단위로 운영돼 새를 하는 교수님 밑에서는 새만 배워 식물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마니토바에서는 동물·식물·미생물 할 것 없이 고루 배울 수 있다는 것.

외국 대학에는 생태 분야 교수들 뿐 아니라 인문·사회과학까지 연합된 협동과정이 많다. 캘리포니아대(UC Davis) 대학원의 생태학 과정에는 약 30개의 학과가 연합돼 있다. 교수들도 1백여명이다. 토양학, 육수학, 나무 생태전공자는 물론이고 ‘eco-literature’를 하는 영문학자 등도 망라돼 학제적 연구와 교육이 가능하다.

이 대학은 ‘필드 스테이션’도 특화되어 있다. 이 곳에서 박사를 마친 박상규 아주대 교수(미생물생태)는 산정호수에 마련된 스테이션에서 3개월간 동료들과 기거하면서 ‘호수 생물들의 생태학적 관계’를 연구했다. 호수에서 먹고 자고 측정하면서 호수의 일부가 돼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던 것이다. 

주기재 부산대 교수(담수생태)는 “모든 분야를 망라할 수 없다면 잘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선택해 특화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가 박사 학위를 받은 앨러배마대는 담수 생태의 메카다. 이곳은 1970년에 담수생태 분야를 특성화하기로 한 후 80년대 말까지 20여년에 걸쳐서 교수진을 완성하고 앨러배마 근처 습지 생태를 연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금은 담수생태를 전공한 교수들만 8명이다.

이 후 사막 지역 생태가 특화되어 있는 뉴멕시코대와 공동 트레이닝 프로그램으로 연구를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산림생태 쪽에 강한 고려대와 담수생태·해양 생태 등 물과 관련한 생태 쪽이 발달한 부산대가 컨소시엄을 맺고 ‘열린’ 연구를 하는 것이다. 주 교수는 “한국 대학도 각 대학이 ‘잘 하는 분야’를 선택해 협력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일본 대학들은 최근 ‘글로벌 연구과제’로 눈을 돌리고 있다. 홍선기 교수는 “일본에서는 다양한 저개발국을 조사해 지원함으로써 일본의 저개발국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생태학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동향을 전했다.

홋카이도대는 시베리아 북방림 연구에 힘을 쏟고 있으며, 도쿄대는 중동·아프리카 사막화예방프로그램을 진행 중이고, 교토대는 중국황사예방에 대한 연구와 열대우림 생물다양성 보전에 관련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히로시마대 국제협력대학원의 경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주요 도시와 농촌경관, 남미에서의 생물체에너지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대학원 생태환경프로그램에 국제적인 연구자들을 교수로 초빙하여 활용하고 있으며 현지에 대학원을 부설하기도 한다.
 박수진 기자 namu@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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