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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라
현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라
  • 김창환
  • 승인 2023.10.20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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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가 말하다_『우화로 읽는 장자』 장자 지음 | 김창환 옮김 | 연암서가 | 287쪽

너와 내가 구분 없는 물아일체가 호접몽
비유·상징의 우화를 역주하고 쉽게 해설

사람들은 대개 주관이나 고정 관념 등에서 비롯된 편견을 가지고 있다. 편견은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하고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을 제약한다. 장자는 전국시대의 혼란기를 살면서 국가나 개인 간에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투쟁을 목도하고 그 해결책을 찾고자 고심했다. 그는 결국 다양한 갈등이 편견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깨닫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상대와 조화를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 자유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지혜의 책인 『장자』를 저술했다. 

장자가 이를 위해 동원한 방법이 우언(寓言)이다. 제27편인 「우언」에서 이 책의 10에서 9가 우언이라고 하였듯이[우언십구(寓言十九)], 『장자』 책은 대부분이 우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겠다. 우언은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인 우화와 동의어로, 다른 것에 가탁해 뜻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효율적으로 알리는 수단이다. 

장자는 그 효과에 대해 ‘자식의 중매’라는 비유를 들어 설명하기를, “아버지는 자기 자식을 위해 중매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자기 자식을 칭찬하는 것은 자기 아버지가 아닌 자(가 칭찬하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親父不爲其子媒. 親父譽之, 不若非其父者也.)”라고 했다. 제삼자에 의지해 말하는 효과, 즉 우언의 효과를 밝힌 명언이다. 

이 책은 장자 사상을 대변하는 우언들을 역주하고 해설을 붙인 것이다. 여러 종류의 『장자』 번역서가 나왔지만 대개 『장자』에 나오는 우언들에 대해 번역만 하고 해설이 없어, 그 본의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본서에서는 「해설」란을 두어 우언에 깃들여 있는 본의를 설명함으로써 장자가 전하려 했던 주장을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장자가 자신의 지론을 설파하기 위해 그 핵심을 대부분 우언의 형식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본서를 통해서 『장자』 의 정수를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언은 직접 서술이 아닌, 비유와 상징을 통해 표현하기 때문에 본의 파악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장자』 「소요유」편의 ‘곤어와 붕새’의 우언을 보면, 크기가 몇천 리나 되는 물고기인 곤어가 변해서 역시 크기가 몇천 리나 되는 붕새가 된다고 했다. 그 본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곤어와 붕새가 상징하는 의미로부터 전체적인 맥락을 찾아가야 한다. 그 「해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곤(鯤)’은 원래 물고기 알인데 여기에서는 반대로 큰 물고기를 가리키는 말로 끌어와 크기에 대한 고정 관념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물고기가 새로 변하는 것 역시 대상에 대한 고정 관념을 타파하기 위한 설정이다. 즉 물고기 알과 큰 물고기를 등장시켜 크기에 대한 고정 관념을, 물고기와 새를 대비하여 개체에 대한 고정 관념을 넘어서게 한 것이다. 장자 철학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사유의 한계를 초월할 것을 제시한 우언으로, ‘황당한’ 비유를 통해 발상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작은 것도 더 작은 것에 비하면 크다. 세상사가 모두 상대적인데 하나에 절대성을 부여하고 집착하다 보면 자유로운 발상의 여지를 잃게 된다. 물고기가 새로 변하는 상황은 호접몽의 깨우침과 맥을 같이한다. 현상의 장자는 본래 나비가 꾸는 꿈속의 존재일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을 인지하면 현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상대와 내가 구분이 없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첨언하면, 우리가 ‘호접몽’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면서도 그 본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해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장자의 초상화이다. 그림=위키피디아

장자가 「천하(天下)」편에서 자신의 글을 평하여, “잘못된 논설, 황당한 말, 경계가 없는 글로 때때로 제멋대로였지만 치우치지 않았다.(以謬悠之說, 荒唐之言, 无端崖之辭, 時恣縱而不儻.)”라고 했듯이 『장자』를 읽는 독자도 뜬구름 잡기식으로 이해하기 쉽다. 본서에서는 이러한 폐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자』 전체에서 우언으로 구성된 부분을 발췌해 일관된 맥락에서 자연스러운 풀이를 추구했다. 독자들이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 방대한 양의 『장자』를 완독할 필요 없이 그 정수를 쉽고도 분명하게 파악하여 장자의 지혜를 배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창환 
경남대 교양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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