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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대산대학강의』(한길사 刊)펴낸
[저자 인터뷰]『대산대학강의』(한길사 刊)펴낸
  • 김재환 기자
  • 승인 2001.08.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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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4 13:31:50
고전의 본래적인 사명은 후세인들로 하여금, 앞지혜를 배워 오늘을 사는 뒷지혜를 깨닫게 하는 데 있을 터이다. ‘환금가능성’을 갖추지 못한 ‘지식’이 용도폐기되는 이 전도된 ‘지식기반사회’에서 고전을 붙들고 세상을 사는 지혜를 얻기란 무망한 노릇이다. 大山 김석진 한국홍역학회 회장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한학을 배운 마지막 세대로, 여전히 고전을 가르치고 강론해온 초야의 한학자이다. 전국 각처를 돌며, 동양의 고전을 강론해온 그가 지난해 ‘대산주역강의’를 펴낸데 이어, 이번엔 ‘대학강의’를 펴냈다.

초학자들의 첫 관문 ‘대학’

‘大學‘은 大人之學, 곧 대인이 배운다는 뜻으로, 小學과 대비되는 학문의 한 범주이고, 고대 중국의 최고학부의 이름이기도 하다. 또한 공자의 수제자 曾子가 공자의 도를 전하고자 지은 글을 가리키기도 한다.

“대학은 초학자들이 덕에 들어가는 문, 곧 入德之門으로 취급되지요. 대학의 핵심은 三綱領, 八條目에 있습니다. 삼강령이란 대학경문의 첫장에 나와있는 明明德, 親民, 止於至善을 말하고, 팔조목은 格物, 致知, 誠意, 正心, 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를 의미합니다. 사람이 밝은 덕을 타고 났으니 이 덕을 더욱 밝게 하는 것(明明德)이 첫째요, 백성을 친하여 새롭게 만들어주는 것(親民)이 둘째요, 지극히 선한데 그치는 것(止於至善)이 셋째입니다.” 대학의 삼강령이 뿌리라면, 팔조목은 가지에 비유될 수 있다는 것. 사물에 부딪쳐 이치를 궁구하고, 앎을 이루며, 뜻을 성실히 가지고, 마음을 바로 해서 몸을 닦는 것, 그 연후에 가정을 가지런히 하고,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평치하는데 이른다는 것이 팔조목의 가르침이다. 김 회장은 유학의 다른 경전들이 “줄기가 일관되지 못하고 체계가 허술한데 비해, ‘대학’은 始條理 終條理에 맞춰 일관되게 정리한 깔끔한 책”이라 평한다. 대학은 원래 ‘예기’속해 있던 것을 추린 것으로, 빠진부분도 많고 이리저리 뒤섞여 ‘錯簡大學‘(錯은 어긋남을, 簡은 책을 뜻한다)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중국에서는 주자가 ‘대학’의 착간을 고정하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晦齋 이언적 선생이 착간대학을 연구하기도 했다. ‘대산대학강의’에는 주자의 대학경문, 대학전문에 그의 스승이었던 也山 이달 선생의 독보적인 연구결과인 ‘대학착간고정’과 선현들의 대학착간에 대한 견해등이 담겨있다. 이달 선생의 ‘대학착간고정’은 주자가 대학고본교정을 내면서 그의 고정이 완전치 못함을 탄식하여 “후인을 기다린다”고 밝힌 이래, 이달 선생이 주자의 뜻을 이어 지난 1944년 오랜 연구 끝에 내놓은 역작으로 평가된다.

그는 “대학은 천자의 아들, 고위관리의 맏아들, 백성들 중에 빼어난 자만이 배울수 있는 통치자의 교과서였지만, 민주사회가 된 지금 누구나 사회지도층이 될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배워야하는 책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대학이 ‘민주사회’인 지금에야 제 쓰임새를 찾은 셈이다. 그는 “대학 한권만 배워도 사람이 인격을 갖추고 사회생활을 하는 도리를 모두 배울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전은 본래 모습 그대로 공부해야

이 책은 원래 김 회장이 펴낸 ‘대산주역강의’의 연작으로 구상된 것으로, 그의 관심은 ‘대학’보다는 ‘변화의 경전’인 ‘주역’에 있었다. 경전공부의 완성은 주역에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 그가 15세의 나이로 주역에 통달한 기인으로 알려진 이달 선생의 문하에 들어간 연유도 주역공부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조부밑에서 한학을 배운 그는 이달 선생을 찾아, 1958년 선생이 타계할 때까지 꼬박 13년을 그 밑에서 공부했다. 이달 선생은 “사람이라면 공동으로 노력해서 평등하게 먹고사는 게 원칙”이라는 신념을 가진 ‘유교사회주의자’로, 재야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은 바로 그의 아들이다.

“고전은 본래 모습 그대로 가르치고 공부해야 합니다. 읽고, 쓰고, 외우고, 새기는 전통적인 방법이야말로 고전공부의 바른 길이지요. 어떤 의미에서는 시대착오적이고 퇴보적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고전적인 방법으로 가르치고 배워야 제대로 알 수 있는 거지요.” 그래서 그는 텔레비전 쇼로 전락해버린 요즘의 고전강의에 대해 못마땅해 한다. 토의 경우, 옛날에는”-하야”를 썼지만, 최근에는 “-하여”, “하고”를 쓰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고전공부라는 것이다. “골동품은 골동품대로 보고 감상해야지, 덧칠한 것은 이미 골동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부방법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방법으로 고전을 공부한다면, 한권만 공부해도 “칼국수 만들줄 아는 사람이 수제비도 만들 듯이” 저절로 文理가 트여 다른 책들도 미루어 알수 있다.

지난해 김석진 회장은 위암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청주, 대전, 서울의 흥사단과 홍역학회 사무실 등지에서 15년 동안 결강 한번 없이 열강을 토하고 있는 ‘현역 강사’이다. 지난 85년 스무명 남짓한 수강생을 대상으로 시작된 그의 강의는 수많은 제자를 배출해내며, 그와 스승 이달 선생의 뜻을 이어가는 한국홍역학회로 이어지고 있다.

<김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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