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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화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 … 실무적 난관도
법인화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 … 실무적 난관도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6.09.30 10: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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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쟁점으로 떠오른 ‘국립대 법인화’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할 ‘국립대법인의설립·운영에관한특별법(안)’을 공개하는 등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려하자,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공청회는 교수·직원들의 반대와 교육부의 공권력 투입으로 무산되기까지 했다.  교육부 내에서는 국립대 가운데에서 법인화하고 싶은 대학은 법인화할 수 있도록 법률로 길을 터주겠다는 입장이고, 국교련은 법안 자체도 문제이지만, 국립대 법인화가 대학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 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교육부가 내놓은 법안에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그리고 국립대 법인화를 둘러싸고 어떤 쟁점이 가시화되고 있는지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의견수렴 차원에서 보면,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의 이번 ‘국립대법인의설립·운영에관한특별법(이하 국립대특별법)’에 관한 공청회(9월29일) 추진 과정은 대학 구성원들의 강한 비판을 받을 만하다.

□ 법인화 졸속 추진에 교수들 반발 = 법안이 공청회 전에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교육부는 일주일 전에 공청회 개최를 대학에 알리고, 발제자와 토론자도 그 무렵에 정했던 것이다. 대학 내에 공청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드물 정도였다.

교육부는 특수법인화 형태의 울산국립대를 2009년 3월에 개교시키려면 올해 중으로 법률을 제정해야 하는데, 관계자 협의회만 거쳤을 뿐 아직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조차 열지 않아 부랴부랴 공청회를 추진했던 것이다.

그전에는 사립학교법 개정에 따른 교육계 혼란이나 전직 부총리들의 이임·사직 등을 이유로 이리저리 눈치를 보면서 특별법에 관한 공청회와 입법예고를 미루고 있었다. ‘형식적인 공청회 개최’, ‘졸속 국립대 법인화 추진’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국립대 법인화’가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해 대학 내 의견이 전혀 모아져 있지 않은 시점에서, 졸속적인 법률 제정 추진은 ‘법인화’에 대한 진지한 토론보다는 행정부에 대한 강한 반발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 총장·이사장 권한 관계 모호 = 교육부가 마련한 특별법 자체도 논쟁거리가 될 만하다. 무엇보다 △총장과 이사장의 역할과 권한이 모호하다는 점 △교육부 장관이 승인하는 규정이 과다하다는 점 △낙하산 이사 선임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 △총·학장의 이사회 선임 등 총장직선제를 부정한다는 점 △재정확보 방안이 불투명하다는 점 등이 거론될 수 있다.

특별법안에 따르면, 사립대와 달리 국립대 자체가 법인으로, 총장이 법인을 대표하면서 대학의 업무를 총괄하게 해놓았다. 그러나 총장은 이사회가 선임하고, 교육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이사회는 총장 및 외부 추천인사로 구성된 6명의 당연직 이사와 9인 이내의 위촉직 이사, 감사 2인으로 구성된다.

총장의 직무는 정관으로 정하도록 한 반면, 이사회는 △총·학장 선임 △임원의 선임 및 해임에 관한 사항 △임원 및 교직원 인사와 보수에 관한 사항 △대학의 예산·결산 및 재산의 취득·처분, 관리에 관한 사항 △대학 조직 설폐 및 운영에 관한 사항 △정관 변경에 관한 사항 △중요규정 제정 또는 변경에 관한 사항 등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법인의 대표는 총장이지만, 주요 사항은 이사회가 심의·의결하고 총장까지도 임명하는 구조인 것. 총장이 다만 이사회의 결정 사항을 집행하는 ‘관리인’인지의 여부가 불투명한 것이다.

대학 운영의 책임은 총장에게 부여된 반면 결정권한은 이사회에 부여됐기 때문에, 총장과 이사회가 첨예하게 갈등을 겪을 때에는 총장이 해임되거나 이사진 구성을 변경하는 길밖에 해결방법이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총장이 당연직 이사인데다 유일한 대학 내부 인사이고, 외부인사로 구성된 비상근 이사들은 대학 내부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잘 아는 총장의 발언권이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장의 권력을 견제한다는 차원에서 외부 인사로 이사회를 구성해놓았다고 하면서도, 이사회가 법률상 규정된 권한을 행사하기 보다 총장의 의견을 따를 것이라고 모순되게 얘기하고 있는 것.

구조상 미국 대학 법인을 닮았으면서도, 총장 중심의 대학 운영을 염두에 둔다는 점에서 일본 국립대 법인과 닮았다.

미국 대학 법인의 경우,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대학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이사회에 고용된 총장은 이사회가 결정한 기본 정책에 따라 대학을 관리할 뿐이다. 총장은 이사회에 들어가더라도 투표권이 없다. 반면, 일본 국립대는 총장이 이사회 임원을 임명하고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대학의 중요 사항에 관해 심의하는 등 총장의 권한이 지대하다.

□ 교육부 장관이 일일이 승인 = 국립대 법인화가 대학의 자율성과 함께 책무성을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되지만, 교육부 장관이 승인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도 문제시될만한 부분이다. 법률안에 따르면 국립대는 △장기 차입 및 사채발행 △예산 편성 △자본금 등 무상취득 △자본금을 감소시키거나 자본금의 권리 의무에 변동이 생기는 처분 등에 대해서는 교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사 중 1명은 교육부 장관이 추천한다.

정용하 부산대 교수(정치학)는 “자율성을 주기 위해 법인화를 추진한다고 하면서, 인사·재정에 있어 교육부 장관의 허가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 그 정도가 지나치게 과잉돼 있다”라며 교육부의 법률안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당연직 이사를 선임할 때의 낙하산 인사 선임 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 당연직 이사 6명 가운데 4명은 교육부 장관, 기획예산처 장관, 자치단체장, 교육감이 각각 1명씩을 추천하도록 돼 있는데, 거의 대부분의 정부위원회나 정부산하기관이 낙하산 인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을 감안한다면 국립대 이사회도 마찬가지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강태성 경북대 교수(법학)는 “이제까지 각종 위원회에서 낙하산 인사를 많이 봤다”라고 언급하면서 “법인화되면 많은 국립대가 낙하산인사로 괴로움을 겪게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 대학 내부인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일본 국립대 법인이 이사회에 외부인사와 함께 내부인사를 참여시키고, 외부인사 등으로 구성된 별도의 경영협의회를 둔 것과는 차이를 지닌다.

윤진수 서울대 교수(법학)는 토론문에서 “대학 외부의 인사와 내부의 인사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법 자체에서 대학 내부의 구성원도 이사가 된다는 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향철 광운대 교수(일본학)는 “국립대 법인의 본연의 목적에 관련된 교육 연구 활동에 관련되는 심의기구와 외부전문가도 참여한 대학의 재무경영에 관련된 심의기구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은 다른 외국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정부의 안정적 재정지원 장담 못해 = 재정 지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관계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특별법에 명시된 제39조 “국가는 법인인 국립대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위해 법인으로 전환한 해당 연도의 국고지원금과 교육 예산 중 고등교육 분야 증가율을 반영한 예산을 매년 지원해야 한다”라는 조항이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재 기획예산처에서는 이 조항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

정부안이 확정된 이후에도 국회 심의·의결 과정에서 이 조항이 빠진 채 통과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측에서는 제29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 법인인 국립대에 국유재산 또는 공유 재산 및 그 물품을 무상으로 양여하거나 대부 또는 사용·수익할 수 있다”는 조항을 문제 삼고 있는 중이다.

이밖에 이번 특별법안은 △이사회에 의한 감사 선임 △대학평의원회 구성의 모호성 △기초학문 지원 조항의 추상성 △경영실적 평가 및 차등 지원 방안의 불명확성 △민법 중 재단법인 규정 준용의 타당성 등 문제가 산적하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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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화반대 2006-10-03 22:50:52
법인화의 문제점을 잘 지적한 좋은 기사입니다.

국립대 법인화 추진은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이야 어떻든 얼마 안되는 이 나라 고등교육의 공공성조차 말살하려는 잘못된 정책입니다. 그 내용의 문제점과는 별개로, 국립대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도 전혀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공청회를 개최하고 정당한 항의에 대해 경찰까지 투입해가며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추진과정의 독단성과 비민주성 또한 문제입니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 국가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말살하려는 잘못된 국립대 법인화 정책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