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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이 언제까지 한국어에 목맬 것으로 보는가
몽골이 언제까지 한국어에 목맬 것으로 보는가
  • 박태일 경남대
  • 승인 2006.09.30 0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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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몽골 대학의 한국어 교육
시인이자 현대시 연구를 해온 박태일 교수는 현재 안식년으로 몽골대 초빙교수를 지내고 있다. ‘풀나라’ 등의 시집과 ‘한국 지역문학의 논리’ 등의 저서가 있다.

올해 몽골의 으뜸 이야깃거리는 몽골제국 건국 팔백 돌입니다. 어느 해보다 많은 외국 손이 오갔고 굵직한 일들이 이어졌습니다. 전통 여름 축제인 나듬 때는 아예 한 주일 동안 관공서를 쉬었습니다. 해마다 사흘에 걸쳤던 행사가 크게 늘어났으니, 몽골 사람들은 징키스한의 후덕을 두루 입었다 하겠습니다. 자유화되기 앞선 시기 그에 대한 모든 것을 깡그리 눌렀던 분위기를 생각하면 천지개벽을 한 셈입니다. 그 많은 행사가 몽골의 한국인 사회에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구월 하순, 겨울로 내닫는 걸음이 바쁜 시절입니다.

새 학기를 맞이해 몽골 지도자들이 학교를 찾아 격려하는 장면이 텔레비전 뉴스 앞머리를 차지했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24일에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치렀습니다. 육백 명에 가까운 대학생과 일반인이 응시했습니다.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가고 싶은 사람을 위해 유월에 치룬 한국어능력시험(KLPT)에는 모두 만 명이었습니다. 몽골 인구가 이백오십만 정도니 이 수치가 지닌 뜻을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거의 모든 외국에서 한국어 능력 평가는 교민 자녀의 모국어 습득이 중심에 놓입니다. 그와 달리 몽골에서는 순수 자국민이 대상이라는 점에 눈을 크게 줄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과 몽골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몽골 사람은 이미 이만오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들이 보내는 송금액만도 몽골 재정의 10%를 떠맡고 있습니다. 지난 해 몽골을 오간 한국인 숫자는 삼만이었습니다. 1990년 수교 무렵 몽골의 한국인은 선교사와 유학생 그리고 대사관 직원을 묶어 열네 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삼천 명, 등록된 한국 기업은 천 개나 됩니다. 어느덧 한국은 무역 부문에서 중국 다음으로 중요한 두 번째 동반 국가로 올라섰습니다.

덩달아 한국어의 힘이 자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몽골의 첫째 외국어는 영어입니다. 격차가 크지만 한국어는 그 다음입니다. 몽골 대학에서 한국어과는 열여덟 군데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거기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은 이천오백 명에 이릅니다. 몽골 사회의 한국어에 대한 수요는 고스란히 몽골 대학의 한국어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1990년 국립대학교와 인문대학교에서 첫 강좌를 두었고, 1991년에 정식 학과가 열린 일에 견주면 놀라운 발전입니다. 물론 이러한 양의 확대가 질의 심화와 나란했던 것은 아닙니다.

몽골인문대에서 24일 치러진 한국어능력시험 장면.
무엇보다 교수 환경부터 어려움이 많습니다. 2000년 이전만 하더라도 몽골 대학에서 한국인이 한국어 교육을 맡는 비율은 높았습니다. 유학생 출신 교수나 국제협력단 단원, 아니면 선교 활동으로 들어온 사람이 그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3:7정도로 몽골인 교수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몽골 대학 한국어과를 졸업했거나 한국 유학을 거친 이들입니다. 대부분 젊은 그들은 부업을 기웃거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낮은 보수 탓입니다. 한국인 유학생 출신 교수들이 몽골 대학에서 한국어 교육에 몰두할 수 없는 사정과 마찬가지입니다.

교수 부문이 이러하니 나머지는 말한 나위가 없습니다. 교재도 한국에서 펴낸 일반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습득용이 주종을 이룹니다. 게다가 영어와 달리 중등학교에서부터 한국어에 대한 연계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섯 개 중등학교에서만 한국어 강좌가 있을 따름입니다. 반반한 몽골의 한국학까지 넘겨다 볼 처지가 아닌 셈입니다. 한국 유학이나 취업, 또는 몽골의 한국계 회사에서 일하기 위한 도구만으로도 대학에서 한국어 수요가 줄지 않는 점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입장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몽골 대학의 바람직한 한국어 교육, 더 나아가 한국학까지 멀리 겨냥한즉 두 가지 현안이 눈에 밟힙니다. 첫째, 한국어 교육을 위한 한국인 전문가 양성과 지원입니다. 이미 몽골에서 한국 유학생은 한 세대를 이룰 만한 역량을 쌓았습니다. 그들을 언제까지 몽골 학계의 정보 관리력 아래 묶어 둘 수는 없습니다. 그들에 대한 꾸준한 동기 부여가 필요합니다. 학술진흥재단을 비롯한 여러 곳의 제도적 관심이 몽골인 교수에게만 치우친 것은 잘못입니다. 한국의 몽골학과 몽골의 한국학을 아울러 가꿀 그들이 죄 교육과 학문 현장을 떠나 기업체로 떠돌 수밖에 없는 현실은 두 나라 모두에게 불행한 일입니다.

둘째, 한국문화센터를 세우는 일입니다. 한국어를 중심으로 한 몽골의 한국열을 이끌고, 정감 차원에서 산만하게 다가서는 갖가지 몽골 민간 지원에 대한 종합 기획·관리를 할 터전입니다. 서로 호혜적인 한·몽 관계를 가꾸어 나가기 위한 필수 공간인 셈입니다. 한국어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라는 몽골 사회의 수요는 벌써 마련된 상태입니다. 관리 자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나라의 의지가 없을 따름입니다. 2010년은 한·몽 수교 스무 돌이 되는 해입니다. 그때쯤에는 한국문화센터가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과 몽골 사이 관계는 앞으로 더욱 깊어지고 두터워질 것입니다. 일흔 해를 함께 했던 러시아가 빠져 나간 뒤에 미국과 일본이 성큼 들어서 터를 다지고 있는 곳이 몽골입니다. 거기다 두백 년 넘게 지배당했던 민족 반감에도 아랑곳없이 민간 경제의 80%는 중국에 기대고 있습니다. 우리의 동북아시아 관계에서 여러 모로 중요한 디딤돌이 몽골입니다. 그리고 그 몽골과 묶어주는 가장 든든한 고리가 바로 몽골 대학에서 한국어 교육의 오늘과 앞날이라 하겠습니다. 말 그대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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