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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산문 전집
박인환 산문 전집
  • 김재호
  • 승인 2023.09.27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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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지음 | 맹문재 엮음 | 328쪽 | 푸른사상사

인연을 지극히 사랑했던 시인, 박인환

맹문재 교수(안양대 국어국문학과)가 엮어낸 박인환 전집 시리즈가 『박인환 번역 전집』 『박인환 시 전집』 『박인환 영화평론 전집』 『박인환 평론 전집』에 이어 마지막 권 『박인환 산문 전집』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산문전집에는 한국 모더니즘 시 운동을 주도하며 근대문학사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박인환 시인이 발표했던 산문들을 모았다.

이 전집들을 통해 박인환의 작품 세계에 관한 연구가 더 활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맹문재 교수의 세심한 해설을 곁들였다.

박인환 시인이 쓴 수필부터 한국전쟁의 체험 수기, 미국 여행기, 서간, 전기, 설문 등 41편의 글을 이 책에 수록했다. 아울러 당대 시인의 활동 상황을 참고할 수 있는 언론 기사를 실었다. 부인 이정숙과 큰아들, 딸의 추모글도 수록했다. 특히 이번 전집에는 박인환 시인의 경기공립중학교 학적부가 공개되어 그동안 잘못 알려져 있던 사실을 바로잡았다.

지금까지 박인환 시인은 경기공립중학교를 그만두고 한성중학교 야간부, 황해도 재령에 있는 명신중학교로 전학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학적부를 통해 개성에 있는 송도중학교로 전학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박인환 시인의 제적등본이 공개되어 가족 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사진들도 수록되어 시인의 생전 모습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박인환이 시인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전 1940년에 발표한 「고(故) 변(邊) 군(君)」부터, 타계하기 직전에 쓴 「환경에서 유혹」(1956), 타계 후에 발표된 「사랑은 죽음의 날개와 함께」(1963), 「불안과 희망 사이」(1967) 등 총 15편의 수필을 쓴 것으로 파악된다. 시인은 사랑에 관한 글을 주로 썼는데,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인환은 한국전쟁 중 종군기자로 활동하면서, 숨어 지내거나 피란하면서 목도한 사람들의 처참한 죽음과 불타고 황폐해진 도시의 참상을 「서울 재탈환」, 「서울역에서 남대문까지」 등 5편의 수기에 여실히 기록했다.

「19일간의 아메리카」, 「서북 미주의 항구를 돌아」 등 4편의 미국 여행기에서는 미국에서의 체험, 한국 유학생과 이민자들의 삶을 살펴보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등을 소개했다. 박인환 시인이 아내 이정숙 여사에게 보낸 편지와 이봉구 소설가에게 보낸 편지 등도 수록되었다.

이 책을 엮은 맹문재 교수가 “박인환 시인은 가족은 물론이고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게 지극한 사랑을 보였다. 그의 산문은 얼마나 진실하고 열정적인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라고 했듯이, 지극한 사랑을 실천했던 박인환 시인의 면모를 이 전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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