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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31] 1mm의 구멍만 남기고 목재 속에 숨어 사는 ‘마른나무 흰개미’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31] 1mm의 구멍만 남기고 목재 속에 숨어 사는 ‘마른나무 흰개미’
  • 권오길
  • 승인 2023.10.0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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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나무 흰개미
마른나무흰개미(drywood termite)의 일종인 Cryptotermes domesticus는 집안의 딱딱하고 마른 나무에 사는 종으로 알려졌다. 사진=위키백과

다음은 2023년 5월 20일, <세계일보> 김현주 기자가 쓴 “서울서 발견 흰개미…건조한 환경서 잘 견뎌, ‘세계적 골칫거리’”란 기사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주택에서 발견된 흰개미는 세계적으로 목조건축물에 큰 해를 끼치는 외래 흰개미로 잠정 확인됐다.

환경부는 정밀 현미경을 이용해 확인한 결과 강남구 주택의 흰개미는 ‘마른나무흰개미과(Kalotermitidae), 크립토털미스(Cryptotermes)속’에 속하는 흰개미로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 유전자 분석도 진행 중으로 동정(同定, 생물의 분류학상 위치와 종 정보를 바르게 확인하는 작업)이 완료되기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환경부는 긴급 방제를 했다고 밝혔다.

(……) 이번에 발견된 흰개미 종은 인체에 해를 가하지는 않으나 나무를 갉아 먹어 세계적으로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국내에 서식하는 흰개미는 습한 환경에서 사는데, 이 흰개미는 수분이 없는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고 땅에 접촉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 

호주 등에서는 목조건물을 붕괴시키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위험 흰개미가 어떻게 국내에 유입됐는지는 오리무중이다. 당장 강남구 주택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 세계적으로 골칫거리로 꼽히는 마른나무흰개미과 크립토털미스속 흰개미 국내 유입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많았다. 이 흰개미들 원산지가 북미와 동남아시아, 호주 등 한국과 교류가 많은 지역이고 또 남극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 분포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마른나무흰개미과 크립토털미스속 흰개미들이 살기 좋은 쪽으로 국내 환경이 변화하고 있기도 하다. 마른나무흰개미 대표 종은 크립토털미스 도메스티쿠스(Cryptotermes domesticus)이다. 흰개미 야외 분포 북방한계는 ‘1월 평균기온 10도’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외래 흰개미를 발견하면 국립생태원 외래생물 신고센터(041-950-5407·kias.nie.re.kr)에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아, 그런데 본란(331회)에 앞선 330번째 글인 ‘파란선문어’ 기사에서, 그 글을 쓴 강찬수 기자를 “업어 줬으면 싶을 정도로 착하다”라고 칭찬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강 기자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학명 “Hapalochlaena fasciata”를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이탤릭체로(학명 표기규약대로) 썼다고 해서 그랬었다.

하지만 여기 <세계일보> 김현주 기자는 역시, ‘학명은 이탤릭체로’라는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정체로(Cryptotermes domesticus)로 쓰고 있어 매우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기본이 덜 된 탓이다. 내가 대학 때부터 보는 ‘<타임(Time)> 잡지’만 해도 ‘학명(學名, scientific name) 표기법’을 철저하게 지킨다.

그리고 앞의 기사가 난 뒤에, 유전자 분석 결과 문제의 흰개미는 예상한 대로 학명이 크립토테르메스속(屬, genus) 도메스티쿠스종(種, species)인 Cryptotermes domesticus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인 ‘도메스티쿠스(domesticus)’는 쉽게 말해 ‘애완동물’, ‘집안’이라는 뜻으로, 건조한 실내에서만 생활해 그렇게 큰 피해는 주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한마디로 불행 중 다행인 셈이다.

본종은 말레이시아, 호주, 중국 등지에서 분포, 서식한다고 한다. 마른나무흰개미(drywood termite)의 일종인 Cryptotermes domesticus는 집안의 딱딱하고 마른 나무에 사는 종(species)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종은 흙에서 군집을 이루지 않고, 가구, 사진틀, 난간 등의 마른 나무에 살며, 물을 먹지 않아도 마른 나무 속의 수분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서부 태평양 연안, 하와이, 플로리다에 주로 발견되고, 텍사스, 캐롤라이나까지 퍼졌다고 한다.

또 본종(domestic drywood termite)은 말레이지아, 보르네오, 호주, 중국, 스리랑카 등지가 원산지이고, 작은 알을 무더기로 낳으며, 병정 흰개미(soldier termite)는 크기가 3.25~5.90mm이고, 머리 색이 매우 검은 갈색이며, 머리가 둥그스름하고, 대체로 큰 편에 든다. 전 세계적으로 해를 끼치는 해충으로, 성충(lmago)은 황갈색이고, 머리가 다른 부위에 비해 창백한 편이며, 날개는 투명하면서 옅은 갈색이고, 눈은 크고 확실하다. 더듬이는 15~16마디이다. 

이번에 발견된 마른 흰개미는 진사회성(eusocial) 곤충으로, 번식률과 성장 속도가 느려서 새로 형성된 군체는 성숙하는 데는 최소한 5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군체가 성숙해 유시충(有翅蟲)을 생산하기 전까지 서식 여부를 확인하기 매우 어려우며, 1mm의 구멍만 남기고 목재 속에 숨어 살아 확인이 매우 어렵다. 건조한 실내에서만 주로 서식하는 흰개미 종으로, 야외에서 정착하거나 크게 번져나갈 가능성은 매우 적다.

참고로 보통 흰개미 무리는 불완전탈바꿈(번데기 과정이 없이 알-애벌레-어른벌레)을 하는 곤충이다. 즉, 개미는 완전변태(complete metamorphosis)를 하지만 흰개미는 불완전변태(incomplete metamorphosis)를 하기에 번데기(pupa) 시기가 없고, 알(egg), 애벌레(약충, 若蟲, nymph), 성체(adult) 단계를 갖는다. 그리고 다리가 짧고, 허리가 굵으며, 투명한 흰색이라 개미와 구별된다. 개미는 여왕이 사회를 이끌지만, 흰개미는 여왕(queen)과 왕(king)이 함께 군집(colony)을 통솔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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