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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문 사라지고, 의약계열 147% 증가
기초학문 사라지고, 의약계열 147% 증가
  • 김봉억
  • 승인 2023.09.25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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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022년 대학 입학정원 변화

인문 21.6%·사회 19%·자연 17.5% 감소
간호·컴퓨터·SW·행정 순으로 정원 늘어

지난 19년 동안 인문·사회·자연 계열의 기초학문 대학정원이 줄어든 대신 간호·컴퓨터·SW·행정 등 실용학문 정원이 대폭 늘어 났다. 

인문계열 입학정원은 2003년 대비 2022년 1만 여명이 줄어 감소율이 21.6%로 가장 컸다. 사회계열은 19.0%, 자연계열은 17.5%가 줄었다. 인문·사회·자연계열은 2003년 54.6%를 차지했으나, 2012년 52.2%로 줄었고, 2022년에는 46.3%로 절반이 안된다.

반면, 공학계열의 입학정원은 4.5%(3,907명), 의약계열은 147.0%(15,725명) 늘었다. 전체 입학정원에서 공학계열의 비중은 2003년 26.4%에서 2022년 29.0%로 증가했고, 의학계열은 같은 기간 3.3%에서 8.8%로 증가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 14일 ‘2003~2022년 계열별 대학 입학정원 변화’ 보고서를 냈다. 인문계열 중에서도 언어·문학 분야가 가장 많이 줄었다. 인문계열 감소 인원의 90%가 언어·문학 분야였다. 2012년부터 2022년 사이에 구조조정이 집중됐다. 충원율과 취업률 중심의 대학평가와 평가 결과에 따른 정원 감축이 본격화한 시기다. 언어·문학 학과가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이다.  

자연계열은 수학·물리·천문·지리 학과의 정원 감소가 눈에 띈다. 2003년 17,638명에서 2022년 8,932명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공학계열은 대부분 증가했는데, 감소한 컴퓨터·통신도 2003년부터 9년간 9,038명이 줄었다가 이후 10년간 2,988명이 증가했다. 의학계열은 간호와 치료·보건 관련 입학정원이 19년 동안 3.8배 늘었다. 의학 관련 입학정원은 의대 정원 동결 등의 영향으로 1.3배 증가했다. 

예체능계열은 2003~2012년 증가하다가 이후에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19년 동안 디자인계열(1천692명)이 가장 많이 늘었고, 미술·조형계열(2천140명)이 가장 많이 줄었다. 

지난 19년 동안 대학 입학정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학과는 정보·통신공학과였다. 16,081명이 줄었다. 1990년대말부터 2000년대 초반 IT 중심의 벤처 붐에 따라 2003년 22,874명까지 입학정원이 늘었으나, IT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꾸준히 줄었다.

다음으로 토목공학과도 2003년 7,206명에서 2022년 3,587명으로 3,619명이 줄어 감소율이 50.2%에 달했다.

이어 자원학(2,076명), 환경학(1,618명), 물리·과학(1,306명) 등 자연계열 학과의 입학정원 감소가 많았고, 인문계열에서는 종교학(2,057명), 기타 유럽어·문학(1,797명), 기타 아시아어·문학(1,480명), 영미어·문학(1,134명) 관련 학과의 입학정원이 많이 줄었다. 

입학정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학과 20개 가운데 13개가 의약·공학계열 학과다. 에너지공학과 자동차공학은 10배 이상 늘었고, 응용소프트웨어공학도 6배 이상 늘었다. 고령화와 의료 서비스 질 향상 등의 영향으로 간호학·재활학·보건학·의료공학과 입학정원도 3~4배 이상 증가했다.

그동안 정부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취업률과 충원율을 주요 평가지표로 반영해 왔다. 특정 사업에서는 산업 수요가 많은 분야의 정원을 늘리게 해 학과 구조조정을 직·간접적으로 주문했다. 취업률이 낮은 인문·사회·자연계열 관련 학과가 주로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학령인구 감소는 지속되고 있고, 취업에 유리한 학과 선호는 심화되고 있어서 기초학문 관련 학과는 더욱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학문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정부 정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현실은 반대다. 내년 국가연구개발 예산안은 전년 대비 16.6%(3조 9천억원) 삭감돼 국회에 제출됐다. 기초연구사업도 1,537억 원이 줄었다. 1억 원 미만 연구과제에 대한 신규 지원은 중단될 위기에 놓였고, 비전임 연구자를 지원하던 창의도전사업의 신규 지원도 위태롭다.

기초과학 학회와 협의회의 연합체인 기초연구연합회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기초연구사업 연구비 예산 삭감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초연구비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법적 제도를 마련하라며 서명을 받고 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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