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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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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승인 2023.09.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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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셴융 지음 | 김택규 옮김 | 글항아리 | 568쪽

타이완 퀴어 문학 최고의 고전
40년 만에 한국 땅을 밟다
드라마, 연극, 영화, 가극, 무용극으로 각색된 명저

1970년대 타이베이시 신공원에서 형성된 남성 동성애자 그룹의 서브컬처를 소재로 삼은 이 작품은 동성애자 소년들의 절박한 상황과 심정, 그들과 부모 간의 절절한 감정을 깊이 있게 조명하고 있다.

『서자』는 장편소설로 스스로 동성애자이기도 한 작가가 타이베이 동성애 젊은이들의 삶을 제재로 해서 써내려간 큰 분량의 작품이다. 스스로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홀로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하여 이 글을 쓴다”라고 밝혔듯이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려진 타이베이의 젊은이들에 관해 묘사한다.

아칭, 샤오위, 쥐, 우민, 아슝 등은 타이베이의 신공원에서 양 사부를 중심으로 불법적인 지하 동성애 왕국을 조직하여 매춘을 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대부분 비정상적인 가정환경과 동성애 성향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와서 타락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언제나 희망과 동경이 있다. 샤오위는 일본에 가서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고 싶어 하며 우민은 연인에게 늘 비정하게 버려지면서도 순수한 사랑을 열망한다. 아칭은 죽은 동생을 그리워하면서 자신을 버린 아버지와의 화해를 꿈꾼다.

그들은 양 사부의 제의로 ‘안락향’이라는 게이바를 차리고 비정한 사회에 자신들만의 파라다이스를 만들려 하지만 끝내 사회의 차별과 냉대로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그들은 뿔뿔이 흩어진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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