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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중사회와 하나 되기
글로벌 대중사회와 하나 되기
  • 김재호
  • 승인 2023.09.12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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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와그너 외 8인 지음 | 소명출판 | 345쪽

서구 미디어의 수용, 중국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나

19세기, 서구 신문과 잡지가 도입되다

중국에서 서구적인 신문과 잡지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이다. 신문과 잡지는 근대 인쇄 미디어의 기본 모델로 서구로부터 도입되었으며, 근대적인 언론, 여론형성 기제, 공론장의 성격과 특징에 대한 인식도 이러한 미디어의 역할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근대적인 공론장과 언론의 역사는 바로 서구 미디어의 수용으로부터 시작하며, 그 평가기준 역시 서구적인 관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여론과 공론장에 대한 근대적인 서구의 관점은 한 사회의 중요한 공론이 시민들의 자율적 참여와 합리적인 토론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

따라서 한 사회의 공론장은 시민들의 자율성과 시민의식과 참여방식이 각기 다른 국가를 경계로 하며, 또 국가의 행위와 차별적인 시민의 영역으로 공간을 제한한다. 근대 시민사회를 기반으로 한 근대적 언론과 공론장은 전근대적인 여론형성이나 커뮤니케이션과 차별화할 뿐만 아니라 현재 각 국가의 공론장의 성숙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근대 이후 중국의 공론장은 서구의 산물이며, 국가가 여론 형성의 직접적인 주체로 참여하고 있는 현대 중국의 공론장은 여러 면에서 문제적이다.

이 책은 이러한 기존의 일반화된 접근 방식과 견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공론장을 근대적인 특수한 성격으로 제한하지 않고 사회적 의제와 통치 문제에 대한 다양한 수준의 여론 형성을 포괄하는 의미로 확장한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유교 전통에서는 국가의 통치에 있어서 여론이 지니는 의미를 중시하고 이를 통치에 반영하는 방법을 모색해왔는데, 구체적인 형식에 있어서는 서구의 근대적 미디어 역할과 차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공론형성의 한 방식에서 배제하는 것도 문제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19세기에 서구적인 신문을 수용할 때 중국 측에서 그 미디어를 이해하고 설명한 방식에 이미 나타나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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