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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한미동맹
벌거벗은 한미동맹
  • 김재호
  • 승인 2023.09.05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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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해 지음 | 개마고원 | 380쪽

‘한미동맹 70년’의 낯선 손익계산서
미국과 헤어져야 할 이유와 그 대안까지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1953년 10월 1일. 곧 한미동맹 70주년 기념일을 맞는 대한민국의 상식과 통념은 ‘미국은 부모와 같은 존재이고 한미동맹은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천사’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미동맹의 지속에 동의하는 우리 국민의 비중은 2012년 이후 줄곧 90%대를 웃돈다. 한미동맹이 한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비중은 무려 93.8%에 이르는데 여기엔 진보/보수 진영에 따른 구분도, 연령에 따른 차이도 없다(본문 23~26쪽).

이렇다 보니 매우 이상해야 마땅함에도 태극기부대 시위 때마다 함께하는 성조기, 뭔가 모르게 부임신고 같은 한국 신임 대통령의 당연한 미국 예방이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해 자연스럽다. 미국이 제 땅 아닌 한반도에 전쟁을 기획해 발발 직전까지 갔었다는 소리를 듣고도 그저 그 불발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걸로 족하다.

베트남 파병에든 이라크 파병에든 갚아야 할 부채의 느낌이 껌딱지처럼 붙어 있지만, 미국에 대한 부채의 실체를 냉정히 따져보는 것도 어쩐지 어색하다. 하지만 ‘약간의 부작용이야 있었지만, 어림수로만 봐도 한미동맹의 손익계산서는 무조건 흑자다’는 식으로 대충 넘겨온 우리의 일념은 과연 사실에 부합할까?

이 책은 지난 70년간의 한미동맹 실체에 대해 객관적 사실과 방대한 자료를 근거로 진지한 손익계산의 질문을 들이댄다. 한미동맹은 과연 좋기만 한 건가? 좋다면 왜 다른 나라들이 한미동맹 식의 동맹을 안 하는가? 불평등한 동맹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형태의 식민지는 아니었나? 동맹이 있어 북한이라는 적을 막아낸 게 아니라 동맹으로 인해 한반도에 전쟁 공포가 계속되는 건 아닌가? 한반도에 봄기운이 올라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훼방꾼은 왜 번번이 미국인가? 미국에 대해 우리가 갖는 감정과 태도가 우리 자신이 선택한 게 아니라 외부에서 이식된 것이라면? 지금의 한국 정체성이 오래도록 단련된 세계 최대최고의 정보국가 미국의 심리전 결과물이라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살 길은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것인가? 둘 다 택하거나 둘 다 거부하면 안 되는가? ‘미국 해바라기’ ‘미국 아바타’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우리는 왜 상상하지 않는가? 이에 대한 저자 나름의 답변이 쌓여서 마주하게 된 결론이 ‘한미동맹 해체론’이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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