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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교육부의 사립학교법 개정 정책 연구자율성
[해설] 교육부의 사립학교법 개정 정책 연구자율성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8.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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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4 11:29:59
‘개악’이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1년 만에 사립학교법 개정이 다시 구체화되고 있다. 공익이사제의 도입이 유보되고 임시이사의 임기제한 조항이 신설되면서 지난해 개정과정에서부터 비판을 받은 사립학교법을 교육부가 정기국회 개원을 앞두고 다시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연초부터 재개정 의사를 비춰온 교육부는 그간 두 정책연구팀에 맡긴 연구결과를 기다려왔다. 정책연구 중 하나는 김신일 서울대 교수(교육학과), 강인수 수원대 교수(교육학과), 박부권 동국대 교수(교육학과), 석희태 경기대 교수(법학과), 황홍규 홍익대 교수(교육행정학)가 공동으로 진행한 ‘사학분규 해결방안 연구’였고, 다른 하나는 박정수 서울시립대 교수(행정학과)와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대학원 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한 ‘사학 자율성 제고방안 연구’였다. 한 사안을 두고 교육부가 두 팀에게 정책연구를 맡긴 것은 드문 일로, 그만큼 법개정에 신중을 기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두 정책 연구를 기반으로 법 개정안의 골간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복안이다.

개정논의의 배경

 

지난해 사립학교법을 개정한 이후에도 교육부는 여러 모로 궁지에 몰려왔다. 개정된 법안은 즉각적으로 교육관련 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개악법률’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청주대와 서일대의 법인에 내린 행정처분은 법원과 타 행정부처로부터 위법 판결을 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또한 사학법인과의 유착의혹 또한 지속되고 있고, 각종 분쟁에 대한 늑장 대처로 인한 비판여론도 거세다. 이렇듯 사학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을 교육부는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설명한다. 설립인·허가에서부터 분쟁발생시 조정의 임무까지 권한과 책임은 널려 있지만 실제 이를 준비하고 대처할 수 있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이다. 결국 교육부가 법 개정을 준비중인 배경은 차제에 상당한 권한을 대학과 법인에 위임해 자율성을 높이면서,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두 정책연구의 차이

 

두 연구는 개정 방향에선 상반된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 김 교수팀은 분쟁에 초점을 둔 사학의 공공성과 민주성 제고에 방점을 찍고 있는 반면, 박 교수 팀은 규제개혁을 통한 사학의 자율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김신일 교수는 “발전단계로 볼 때 지금의 우리나라 사학에 과도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은 법인의 자율로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로선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 민주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정수 교수는 “사학이 그 주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몇몇 중요한 사항에 대한 통제권만을 정책당국이 가지면서 운영에 있어서는 자율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규제개혁이 시급하다”는 입장.

주요 쟁점

 

사학문제의 핵심은 법인이사회의 역할과 권한에 관한 사항이다. 대부분의 사학분규가 법인과 관련한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두 정책연구 또한 상명하달식 의사결정 구조를 민주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으로 이뤄져 있다. 이를 위해 두 연구팀이 공통적으로 제안한 것이 법인이사회 개방, 예컨대 공익이사제의 도입이다. 지난해 법 개정과정에서도 이는 쟁점으로 부각됐지만 국회심의 과정에서 삭제된 바 있다. 교육부의 과중한 업무부담을 줄이면서 사학에 관한 제반 사항을 밀도 있게 다룰 수 있는 사학전담기구의 설치도 두 연구진의 공통적인 제한사항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김 교수팀은 대학의 설립 인·허가에서부터 정책의 수립과 입안까지 권한을 교육부에서 떼내 심의하는 ‘국가사학관리위원회’를 제안한 반면 박 교수팀은 교육부내에서 사학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사학운영심의회’가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 팀의 연구에서 주목되는 것은 사학운영의 민주성을 높이기 위해 교수, 학생, 직원, 동문,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대학운영위원회의 설치를 제안한 부분. 박 교수는 “법인의 대학운영에 관한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하기 위한 법인과 대학간의 중간적 의사결정체인 초·중등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와 같은 기구 설치를 고민해 볼 때”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 팀의 연구의 방향은 승인에서 임면보고에 이르기까지 사학의 자율성을 옥죄고 있는 규제를 최대한 푸는 대신 그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김 교수팀의 연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장기적으로 사립대 유형에 따라 구분·관리할 것을 제안한 부분이다. 예컨대 대학과 법인의 재정운용의 실태에 따라 자율적 외부운영형, 자율적 내부운영형, 정부 감독형으로 구분해 자율성에 있어 차별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김신일 교수는 “법인의 재정기여도와 사회적 신망이 높은 대학(자율적 외부 운영형), 학생등록금에 의존해 운영중인 대학(자율적 내부운영형), 각종 비리로 얼룩진 대학(정부 감독형)을 같은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그 정도에 따라 차별적인 정부의 자율성 부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김 교수팀은 △총장에게 교수와 직원의 임면권 위임 △교수협의회의 심의·의결기구화 △법인이사의 다양화 등을 제안했다.

<안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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