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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끝의 버섯
세계 끝의 버섯
  • 김재호
  • 승인 2023.08.29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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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로웬하웁트 칭 지음 | 노고운 옮김 | 현실문화 | 544쪽

21세기 최전선의 사상가 애나 칭의 대표작 『세계 끝의 버섯』!
국내 처음 소개되는 인류학의 기념비적인 작품.
“우리가 자본주의의 폐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면, 이 책이 필요하다”

생태적이고 경제적인 붕괴 속에서도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죽지 않는 존재, 그러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버섯’이 안내하는 불안정한 생존과 이상한 신세계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산책을 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버섯을 발견한다.”


불확정성과 불안정성의 상황, 안전성에 대한 약속이 부재하는 삶을 탐구하기 위해 버섯과 함께 떠난 여행 이야기. 『세계 끝의 버섯』은 우리 시대의 가장 이상한 상품사슬의 하나를 따라 자본주의의 예상치 못한 구석을 탐험한다.

한편에 일본의 미식가, 자본주의적 기업가, 다른 한편에서 라오스, 캄보디아의 정글 투사와 백인 참전 용사, 중국 윈난성 소수민족의 염소 목동, 핀란드의 자연 가이드 등 송이버섯을 채집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 사이의 밴쿠버에서는 시간제로 호출되어 송이버섯을 분류하는 동남아시아 이민 노동자가 있다. 그리고 캐스케이드 산맥 숲 여기저기에서 활기 넘치는 독특한 경매 현장과 도쿄의 경매 시장으로 이어지는 송이버섯 무역의 다양한 세계를 목격하게 된다.

송이버섯을 둘러싼 이 동료들이 우리를 곰팡이 생태와 숲의 역사로 안내할 것이다. 어쩌면 인간이 대량으로 파괴한 시대에 공존과 동거의 가능성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나무 숲과 산림 산업, 송이버섯 채집인의 역사와 현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는 송이버섯, 풍경, 전쟁, 자유, 자본주의 사이에 기묘하게 얽힌 이야기가 소설처럼 펼쳐진다. 저자는 채집, 임업을 비롯해 균류학과 DNA 연구, 존 케이지의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든다.

송이버섯은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버섯인데, 북반구 전역에 걸쳐 인간이 교란한 숲에서만 자라며, 인공적으로 재배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송이버섯은 언제나 관계 속에 있고, 그래서 특정 장소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송이버섯은 나무와 공생하는 특별한 능력을 통해 척박한 곳에서 숲이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놀라운 점은 송이버섯을 둘러싼 이 다양한 이야기들이 단순한 버섯 이야기를 훨씬 넘어서는 영역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송이버섯을 통해 우리 시대와 관련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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