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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화’ 개념의 현대적 정식화
‘물화’ 개념의 현대적 정식화
  • 최장순 기자
  • 승인 2006.09.23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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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책]『물화』 악셀 호네트 지음| 강병호 옮김 | 나남출판 | 108쪽 | 2006

 마르크스적 문법에 익숙한 이들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상품물신숭배’(Warenfetischismus)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하버마스의 뒤를 이어 푸랑크푸르트 학파를 대표는 악셀 호네트가 1차 문헌으로 삼은 것이 게오르그 루카치이며, 루카치가 ‘物化’를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 맑스의 ‘자본론’ 1권에 시선이 머물러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물화 개념을, 루카치의 원래 직관을 가능한 한 많이 고려하면서도, 오늘날 다시 한번 정식화할 수 있는가”를 화두로 삼고 있다.

저자는 ‘認定’(Anerkennung) 개념을 통해 물화의 현대적 개념을 밝히는 데 집중한다. 그런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루카치, 하이데거, 듀이의 사상에서 ‘놀랄만한’ 유사성을 발견한다. 저자는 세 사상가들을 간텍스트적 독법으로 종횡무진하며 루카치의 물화 개념을 때론 적극적으로, 때론 차별적으로 규정짓는다. 그렇다면, 결국 물화란 무엇인가. 호네트의 루카치는 “일종의 사고습관, 즉 습관적으로 고착된 일종의 관점”을 ‘물화’로 호명하며, 여기서 관점이란 “그 관점을 취함으로써 사람들이 사람과 사건에 대한 관심과 공감을 잃어버리는 그런 관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책의 제목이 ‘루카치의 물화’가 아닌 이유는, 저자가 루카치의 물화 개념이 사회학적으로 만료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루카치 사상은 상품교류와 물화의 동일성에 맞춰져 있어, 포괄적이고 정치한 분석을 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것.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물화 개념의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한다. 새롭게 정식화한 물화 개념으로 인간의 실존적 가능성을 왜곡하고 제한하는 사회적 현상들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검토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일독을 권한다. 

최장순 기자 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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