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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기에 앞서 ‘인간’이다
여성이기에 앞서 ‘인간’이다
  • 이화형
  • 승인 2023.09.01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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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나혜석, 융합적 삶을 위한 외길에 홀로 서다』·『김일엽, 완전한 인간이 되고자 두 길을 가다』 | 이화형 지음 | 푸른사상 | 192·180쪽

한국 여성의 삶 풀어쓴 지식에세이 총서 9권
전통여성부터 기생·신여성, 교육·사랑·활동 조명

신분·학력·빈부·성별 등 어떤 이유로든 차별이나 홀대로 마음 상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반문화적·비윤리적 차별은 반드시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 나는 남성이지만 오랫동안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왔다.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서 차별을 받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바탕이 됐다. 

한편으로는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여성이 가진 미덕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3년간 근현대 여성잡지를 모두 검토해 『한국 근대여성들의 일상문화』(전9권, 2004)와 『한국 현대여성들의 일상문화』(전8권, 2005)를 출간함으로써 방대한 자료를 정리한 것은 참으로 보람 있는 일이었다. 그 뒤로도 나는 『뜻은 하늘에 몸은 땅에』, 『여성, 역사 속의 주체적인 삶』 등으로 여성 연구를 계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가 대중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 늘 아쉬웠던 차에 한국 여성에 관한 지식을 많은 독자와 공유하려는 의도로 ‘지식에세이’ 총서 출간을 기획하였다. 그래서 ‘전통여성’에 관하여 『주체적 삶, 전통여성』, 『융합적 인재, 신사임당』, 『강직한 지식인, 인수대비』, ‘기생’에 대하여 『꽃이라 부르지 마라』, 『황진이, 풍류와 지성으로 살다』, 『이매창, 순수 서정으로 빛나다』, ‘신여성’에 관하여 『열정에서 소외까지, 신여성』을 세상에 내놓았고, 최근 신여성을 대표하는 나혜석과 김일엽에 대한 『나혜석, 융합적 삶을 위한 외길에 홀로 서다』와 『김일엽, 완전한 인간이 되고자 두 길을 가다』를 출간했다. 이로써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에 걸쳐 한국 여성에 관한 저서 총 9권을 완간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전통여성은 전통문화 전공자가, 신여성은 현대문화 전공자가 각각 나누어 다뤄 온 편이다. 즉 일관된 시각을 갖고 한국 여성 전체를 논의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 책의 독창성은 인문학자의 일관된 관점으로 여성에 관한 다양한 영역을 다룬 점과 시대를 달리하는 여성을 ‘주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저술했다는 점이다. 아홉 권의 책은 전통여성, 기생, 신여성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첫째 권에서 여성의 교육, 성과 사랑, 일과 활동이라는 큰 주제를 잡아 틀을 세웠고, 둘째와 셋째 권에서 대표적 인물을 다루었다. 

이제는 전통여성 전체에 가부장제라는 굴레를 씌워버리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많은 전통여성은 가정과 사회가 엄격히 구분되지 않던 시대에 가족과 살림을 책임지는 내적 주체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전통여성은 교육서를 통해 인격을 함양하고 실생활에 유용한 내용을 배우기도 했다. 제도 내에서 성적 자유를 찾으려 애썼고 제도를 탈피해 나름의 성적 쾌락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며 생산 활동을 통해서 권리도 획득했다. 

기생은 전통여성을 새롭게 계승하고 신여성의 탄생을 이끈 주체다. 기생은 교방·장악원·권번 등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다. 기생은 ‘우리도 사람’이라는 자각 속에 잡지 『장한』을 출간했으며, 육체적 순결보다 정신적 순결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가무를 비롯하여 시서화, 교양까지 익혀 종합 엔터테이너로 활약했던 기생은 고품격 문화예술의 창조자였다. 기생은 임진왜란부터 해방기까지 국난 극복을 위해 헌신했다.

나혜석(1897~1948)은 신여성으로서 일제강점기에서 많은 일들을 한 여성운동가였다. 사진=위키피디아

신여성은 직접 여학교를 설립하며 올바른 교육목표를 실천하고자 애썼다. 신여성은 몸의 노출과 연관된 패션을 통해 자아를 표현했고, 자유로이 사랑하고 결혼했으며, 육체적 정조 개념을 넘어서는 ‘신정조론’을 주장하며 불행한 결혼에는 이혼으로 맞섰다. 신여성은 경제자립을 위해 전문직에 취업했고 하위계층 여성은 노동주체 세력으로 등장했다. 신여성은 자기권리를 찾기 위한 여성운동과 국권 회복을 위한 독립운동에 기개를 보이기도 했다. 

“수소와 산소가 합한 것이 물인 것과 같이 생활이 종합적이라야 내가 원하는 행복의 길일 것이다”라고 한 나혜석처럼 여성과 남성이 동행하며 융합과 상생의 삶을 지향해 나아갈 때 보다 이상적인 사회가 건설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화형
경희대 한국어학과 고황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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