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04:45 (일)
미중패권 넘어 ‘기술동맹’…한국은 어디로?
미중패권 넘어 ‘기술동맹’…한국은 어디로?
  • 김대호
  • 승인 2023.08.31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자가 말하다_『기술패권』 김대호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168쪽

중국, 일대일로 확장한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
기술민주주의 대 기술독재주의의 경쟁 시대

이 책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냉전, 즉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보고, 이를 기술민주주의와 기술독재주의의 경쟁으로 보는 관점에서 저술했다. 첫째, 기경학(技經學), 즉 기술냉전의 양상을 논의한다. 둘째, 기술패권의 영역을 반도체·인공지능·양자 정보기술과 우주·사이버전·금융 등의 영역으로 다룬다. 셋째, 기술패권 시대 한국의 선택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근대 이후 세계사는 기술패권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세기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래 세계의 역사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을 선점해 세계의 경제·군사 헤게모니를 장악한 패권 세력과 그 패권 세력의 기술력을 추격하며 기존 질서를 타파하려는 신흥 세력의 공방으로 전개됐다. 영국은 석탄 에너지를 이용한 증기기관으로 인류를 육체노동의 한계에서 벗어나게 하고 근대화를 통해 시민을 성장시킨 산업혁명으로 세계 질서를 이끌었다. 

이어서 미국이 20세기 초 석유 에너지에 기반한 내연기관과 전기공학을 기반으로 세계를 주도해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이 중심이 돼 유럽연합·일본·오세아니아 국가와 자유주의 가치를 공유하며 정치·경제적으로 세계 질서를 이끌었다. 여기에 한국·대만·싱가포르 등과 같은 신흥국가가 동참해 경제 성장과 정치 민주화를 이루며 국가를 발전시켰다. 이러한 질서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또 한 번의 산업혁명을 이룬 최근까지도 이어져 왔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거대한 인구와 생산력을 무기로 급부상한 중국이 이러한 질서를 위협하며 도전하고 있다. 중국은 자유주의 정치경제 질서를 부정하고 중국이 중심이 되는 중화(中華) 질서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고자 한다. 여기에 구 소련을 뒤이은 러시아와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가 합세해 세계를 분열시키고 있다. 이런 신냉전은 특히 기술패권 경쟁, 즉 기술 냉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술 냉전은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하지 않지만, 기술의 절대 우위를 통해 경쟁력을 갖기 위해 다양한 경제적·비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를 주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기술패권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더 나아가 자유시장주의 모델과 국가자본주의 모델의 경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제는 첨단기술 보유 여부가 시장 경쟁과 통상을 넘어 국가 안보와 동맹 관계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 

이 책에서는 반도체·인공지능·양자정보를 다루었다. 반도체는 기술패권이 진행되는 대표적인 분야이면서, 산업의 쌀이자 기술의 두뇌로 알려진 핵심 기술이며, 국가의 인프라와 안보의 핵심이다. 인공지능은 머신러닝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최근 GPTᐨ4와 같은 초거대 생성형 AI를 구현하며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양자기술이 기술패권의 중요한 영역이 됐다. 

기술패권이 전개되는 영역으로는 우주·사이버전·금융의 세 분야를 다루었다. 우주 분야는 그동안 국가가 주도하는 과학기술 영역으로 간주돼 왔으나, 우주의 상업화와 군사화가 진행되면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고 있다. 사이버전은 현대의 국가 간 경쟁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하이브리드 전쟁’의 전형이다. 또한 금융도 기술패권 경쟁의 주요한 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패권 경쟁은 이제 미국과 중국의 국가 간 경쟁을 넘어 기술동맹의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기존의 일대일로를 기술 중심으로 확장한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에 나서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자유주의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기술동맹을 구축해 대응하고 있다. 바야흐로 기술민주주의 대 기술독재주의의 경쟁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한국이 취했던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는 전략적 모호성은 이제 수명을 다했으며, 한미 기술동맹과 자유주의 가치기술 동맹으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협력해 국제질서를 위해 역할을 분담해 나가야 한다.

 

 

 

김대호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